어느 부모이든 자식의 존재는 더없이 소중하다. 옛 로마의 명사 티베리우스 크라크스의 현부인 코르네리아의 표현대로, "인류가 지니고 있는 모든 아름답고 고귀하고 자랑스런 보석 가운데 '자식'보다 더한 것은 없다."고 한 말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듯싶다.
어느날 코르네리아의 집을 방문한 로마 명사의 부인들이 저마다 지니고 있던 값진 보석들을 놓고 자랑하고 있었다. 그때 한 부인이 코르네리아의 보석도 보고 싶다고 졸랐다. 그러자 그녀는 곁방으로 가서 두 아들의 손목을 잡고 나타나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 이것이 내 보석의 전부입니다." 자식을 소중한 보석에 비유한 것은 자식이 바로 '인생의 보석'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는 뜻일게다. 그런 '고귀한 보석'을 혹 불륜의 결과로 얻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누구도 상상하기조차 싫은 가정이다. 그러나 이런 가상 같은 가정이 현실로 나타난 양 지금 모 방송국 연속극 내용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고아로 자란 한 여인의 남편과, 그 남편의 또 다른 한 여자로 인해 겪게 되는 바람직하지 못한 이중생활의 산물인 '보석(?)'이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부모의 잣대에 의해 이리저리 채여 가슴에 상처를 안고 산다는 이야기이다. 재미를 넘어 있을 법한 일이기에 수다쟁이들의 입방아에 올라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실재로 친자를 확인하는 송사도 없지 않은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비극적인 일을 뒤늦게 알게 된 남편이 자기 자식이 아님을 확인하기 위해 법원에 호소하지만 법은 냉혹하게도 '태어난 지 1년이 지난 뒤에는 문제 삼을 수 없다.'며 퇴짜를 놓는다. 비록 남의 자식이라 할지라도 기회를 놓쳤으니 기르라는 판결이다.
법이란 그 모체가 상식과 도덕이다. 우리 가족법이 '혈통진실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친생부인(親生否認) 소(訴)에 대한 판례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모순을 제기하고 있다.
연속극 속의 주인공처럼 지고지순한 사랑의 성취나 완성을 위해서는 누구의 간섭도 받을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편다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을 이해시키기엔 길이 너무 멀고 역부족이다. '인생의 보석'만 더 지치게 될 것이니 헛수고 하지 말 일이다.
가정의 달 오월을 보내며 소망한다. '오늘 우리 사회가 진정한 아름다운 보석으로 온 나라가 행복으로 가득 차고, 밝은 미래가 주저리주저리 열렸으면…'하고 기원해 보는 것이다.
김정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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