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DJ)의 훈수정치가 범여권의 대통합 움직임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주춤했던 열린우리당의 추가 탈당 움직임이 최근 들어 가시화되고 있는데다, 국정 실패 책임자 등 일부 세력 배제론을 고수함으로써 대통합의 걸림돌로 꼽혀 왔던 민주당의 박상천 대표도 DJ 면담 후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범여권 정당(정파)들 간의 통합을 둘러싼 이견이 내년 총선과 맞물리면서 주도권 싸움을 더욱 부추겨 대통합의 향방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 때문에 DJ가 범여권을 향해 대통합이란 훈수를 뒀지만, 자신에게는 오히려 정치적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열린우리당의 추가 탈당파는 30일 당 지도부의 '대통합 추진시한'이 종료되는 6월 15일 집단탈당, 대통합신당 창당추진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탈당규모에 대해서는 적게는 10여 명에서,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 세력이 가세할 경우 70~80명까지 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친노(親盧·친노무현 대통령) 인사들을 제외한 대부분이 탈당할 수 있는 상황인 셈.
민주당 박 대표도 지난 29일 DJ 면담을 계기로 "극소수의 국정 실패 책임자만 제외하고 친노파든, 민주노동당이든 모두를 포용해 한나라당과 맞서겠다."고 밝힘으로써 이전보다 유연한 자세로 통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정세균 의장은 추가 탈당 움직임을 "대통합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맹비난하는 등 제동을 걸고 있다. 다음주부터 권역별로 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통합에 대한 당 지도부의 의지도 밝힐 계획이다.
대통합이란 총론에서는 당 지도부도 탈당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이처럼 비난하는 이면에는 통합의 주도권을 둘러싼 싸움이 깔려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게다가 열린우리당 및 탈당세력과 민주당 간의 주도권 싸움은 더욱 치열하다. 민주당은 당의 주력인 원외 인사들을 내년 총선에서 대거 당선시킴으로써 범여권의 축으로 재부상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여 현역의원들 중심의 열린우리당 및 탈당세력들과의 통합작업에는 적잖은 어려움이 내재해 있는 것.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이 오랫동안 통합논의를 해왔음에도 지지부진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도 이 같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DJ가 대통합을 거듭 역설하면서도, 동시에 범여권 세력들 간의 후보 단일화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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