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담배

여든이 넘어서도 테니스를 치며 노익장을 과시하던 한 원로 체육인은 생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만나면 담뱃갑을 건네받아 물을 붓곤했다. 공개된 장소에서도 마다않은 그의 행동에 망신을 당한 이가 적지 않았지만 대든 이는 없었다. 30년 전 담배를 끊은 그의 "담배가 건강을 해치고 나약해진 건강이 의욕을 빼앗는다"는 지론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흡연을 둘러싼 찬반 양론은 전 세계적이다. 의학계에서는 담배와 건강에 대한 것만큼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과제가 없을 정도다. 우리의 경우 담배가 전파된 400년 전에도 이미 찬반의 기록이 같이 남아 있다. 담배의 역겨운 냄새와 담뱃값을 이유로 무용론을 편 이가 있는가 하면 식후나 변을 볼 때, 글을 짓거나 남과 대화할 때 유익하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얼마전 금연정책을 실시한 프랑스의 흡연 애찬론자들은 "프랑스인에게서 담배를 빼앗는 것은 영혼을 빼앗는 일"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담배에 관한 연구는 한결같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적으로 350만 명이 담배로 인한 직간접 질병으로 사망하며 10여 년 이후에는 1천만 명이 사망할 수도 있다는 보고를 냈다. 담배회사들도 담배의 해악성을 인정하고 담뱃갑에 경고문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의학계의 보고와 경고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담배연기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담뱃갑의 경고문은 담배회사의 책임만 면해 준다는 비판도 있다.

흡연자들의 불만도 적잖다. 담배 피울 공간이 사라지는 것은 차치하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아예 벌레같이 여긴다고 하소연한다. 담배 연기를 마실 권리도 존중해 달라고도 한다. 그러나 금연론자들은 아직 우리 금연 정책이 미흡하다고 따진다. 흡연자의 90%이상이 25세 이전에 결정된다는 점을 들어 미성년자에대한 단속과 교육을 더 강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담뱃값을 올리고 공공장소는 물론 실외에서의 흡연도 막아야 한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의 보고에 따르면 담배는 선진국보다는 개발도상국가에서 또 저소득층이 즐겨 피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의 약자들이 더 많이 피운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도움으로 담배회사는 배를 불리고, 열악한 조건과 환경의 사람들이 담배연기를 더 좋아한다니 담배는 이래저래 모순의 상징이기도 하다.

서영관 북부본부장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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