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방의 창] 한의학 치료의 특성

한의학에서 진단의 대상은 질병이 아니고 질병현상이 나타나는 생명체, 즉 곧 병든 사람이며 치료의 대상도 국소적인 질병이나 이런저런 병적증세의 제거가 아니고, 전체적으로 조화를 잃은 생리상태의 인체를 정상적인 생리상태를 가진 건강체로 회복시키는 것이다. 질병은 언제든지 전신적(全身的)으로 인체에서 작용한다. 엄격한 의미에서 순수한 국소적 질환은 없는 것이다. 밖으로부터의 자극에 의해서 인체가 손상받았을때도, 그 회복을 위해 그 부분 밖의 다른 부분의 활동이 필요하게 되며 따라서 각 기관에 저마다 상당한 변화를 주게 마련이다.

신체는 장기(臟器)간의 연쇄작용에 의해 서로 원인이 되고 결과가 되는 것이므로 진정한 원인은 체질에서 찾아야 한다. 예를들어 간장에 이상이 있을때는 그것을 보충하고 치료하는 작용이 체내에 있는데, 그 작용이 충분한 기능을 발휘하면 질병으로 발현되지 않지만, 보상이나 치료작용이 불완전하면 병이 생기는 것이다.

생명체의 모든 기관은 일-피로-보상-회복-일이 되풀이되어 생명을 유지하므로 일을 하지 않는 곳에 생명력이 있을 수 없으며, 일의 결과로 피로가 오고 피로는 그것에 대한 보상과 치유를 항상 요구하게 된다.

그런데 일단 병적상태에 이르게 되면 체내에서는 부족한 자체 극복력의 강화를 위해 외부로부터의 치유와 도움을 요구하게 되는데 이것을 흔히 병적상태라 일컫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한의학에서는 각 방면으로 질병 증세를 관찰해서 진단한 뒤, 치료에 있어 완급이 있을 수는 있으나 학문 특성상 전체적이고 종합적인 치료를 추구하게 된다. 이를테면 불면증을 치료할 때 안정제나 최면제를 쓰는 것은 종합적 치료가 아니고 증세에 대한 처치에 불과하다.

불면의 고통은 일시적으로 벗어날지 모르나 불면증 그 자체를 제거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불면증을 치료하자면 불면증을 발생케 한 병든 몸의 혼란된 생리상태를 바로 잡아 주어야 하는 것이 한의학적 치료의 목적인 것이다.

이 정 호(테마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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