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시간은 측정할 수도 없고 수치화 할 수도 없다. 그것은 언제나 우리 옆에 둘러붙어서 째깍째깍 흘러가는 물리적 시간과는 다르다. 그것은 의도에 따라 길이와 폭이 달라지기도 하고 관심사에 따라 느려지기도 하고 빨라지기도 한다. 또한 감정이나 사고의 움직임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들거나 한다. 마음의 시간은 그만큼 주체적이고 가변적이며 민감하다.
이 책은 마음의 속도에 관해 말하지만 실은 마음 건강에 관한 책이다. 마음만큼 물들거나 병들기 쉬운 것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선가에선 일찍이 '사물에 응하면서도 물들지 않는' 공부를 강조했나 보다. 일을 해도 일에 얽매이지 말고, 보아도 보는 것에 집착하지 말라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그것은 마음에 휘둘리는 '노예'의 상태에서 벗어나 마음을 부리는 '주인'이 되었을 때야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니 공부 중에 뭐니 해도 '마음 공부'가 으뜸일 것 같다. 다른 모든 공부는 결국 마음이라는 반석 위에다 세우는 집일 터이니. 그러므로 몸에 좋은 음식을 고르듯 '마음이 먹는' 것에도 신중해야 한다. 세상에는 유해한 식품이 많듯이 마음에 유해한 채널도 많다. 더구나 발달한 매체로 인해 눈과 귀에 무차별적, 반복적으로 온갖 '나쁜 음식'들이 퍼부어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시대에 마음 건강을 위해서, 나아가 스스로 마음의 주인이 되기 위한 최상의 방법으로써 저자는 '명상'을 권유한다.
명상은 마음을 늦추어 점점 더 고요하고 깨끗하게 만들며 무엇보다 우리에게 내적 평화를 가져다 준다. 명상은 눈부신 건강과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와 다함 없는 사랑의 토대가 된다. 저자의 명상 예찬은 그칠 줄 모른다. "이 최고의 체험 속에서 당신은 육체가 당신이 아니라 당신이 세 들어 사는 집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끼는데, 그 존재가 얼마나 큰 위안을 주고 어찌나 자애롭던지 성 프란체스코는 그 체험이 좀더 오래 지속되었더라면 자신의 생명이 기쁨 속에 녹아 없어졌을 거라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근래 명상 바람이 불고 있다. 명상 전문 인터넷 방송국까지 생겼다. '느림'에 대한 가치도 새삼 조명되고 있다. 천천히 살자는 열풍은 단순히 '빠름'의 문명에 대한 반작용만이 아닐 것이다. 안으로 모으지 못하면 바깥으로 뛰쳐나가 세상에 쉽게 휩쓸려버리는 게 마음 아닌가. 마음을 온전히 지키는 것이야말로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오로지 자신의 몫이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붓다는 다른 사람이 우리의 눈물을 닦아주고 우리를 위로할 수 있겠지만 우리 마음의 상처는 누가 치료할 수 있겠냐고 우리를 깨우칩니다. 다른 누군가가 어떻게 우리 내면의 고통에 접근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의사가 되어야 합니다. 다른 누구도 우리 마음을 치료할 수 없으니까요."
10년 사이에 사람들의 보행 속도가 엄청 빨라졌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주체적이고 자유로워야 할 마음이 어딘가에 묶여서 휘둘리고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능력과 속도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초스피드 경쟁 사회가 우리의 내적인 영역마저 깊숙이 침범해 버렸기 때문일까? 아니, 그보다 먼저 이상과 비전이라는 '중심'이 마음에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bipaso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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