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북 임실 '치즈마을'을 가다

아름드리 느티나무들이 신록을 뽐내며 줄지어 있는 고샅길을 따라 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나지막한 산들이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고 푸른 초지에는 어린 젖소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방금 모심기를 끝낸 듯한 들녘에는 연노랑 빛 어린모들이 땅심에 의지해 제 몸을 곧추세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쭉 느티마을로 불리다가 우리나라 치즈생산의 원조마을답게 지난해 12월부터 공식적인 마을이름을 '치즈마을'로 바꾼 전북 임실군 임실읍 금성리.

전형적인 목가적 풍경이 새삼 눈을 싱그럽게 하는 이 마을이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까닭은 우리나라 치즈생산의 원조마을답게 오감만족의 '치즈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쫄깃쫄깃한 치즈 내 손으로 만들자

치즈마을과의 첫 만남은 간단한 마을소개와 더불어 경운기에 몸을 실으면서 시작된다. 마을 어귀에서 덜컹거리는 경운기에 몸을 싣고 약 1km쯤 가면 도착하는 곳이 아카시아 향기가 진한 임실치즈낙농체험학교. (주)숲골유가공과 치즈마을이 공동운영하는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약 3시간 반 동안 모짜렐라 치즈를 직접 만들어 볼 기회를 갖는다.

먼저 둥근 테이블에 5,6명이 팀을 나눈 뒤 갓 짜낸 우유에 유산균과 우유를 응고시키는 역할을 하는 렌넷(소의 4번째 위장에서 추출한 액)을 넣고 잘 저은 후 20~30분간 뚜껑을 덮어둔다. 그 사이 진행자는 슬라이드를 통해 우유와 치즈에 관한 퀴즈로 참가자들을 즐겁게 한다.

이어 뚜껑을 열어 보라는 사회자의 말에 우유통 안을 들여다 본 참가자들 입에선 탄성이 쏟아진다. 우유가 어느 새 연두부처럼 굳어진 것. 칼로 굳은 우유를 잘라 거품기로 한참을 저어 약 7시간을 숙성시키면 치즈의 전 단계인 커드상태가 된다. 커드는 시간제약상 (주)숲골유가공이 미리 준비해 두었던 것을 사용한다.

커드를 받은 참가자들은 이제부터 본격적이고 신나는 모짜렐라 치즈 만들기의 하이라이트인 늘리기가 시작된다.

진행자의 지시에 따라 뜨거운 물에 반죽한 커드를 늘렸다 뭉쳤다 반복하는 과정은 한 판의 신명나는 놀이판이 된다. 엿가락처럼 한정 없이 늘어지는 치즈는 참가자들의 거리를 점점 멀어지게 하고 멀어질수록 웃음소리도 커진다.

치즈 늘리기가 끝나면 밖으로 나가 아이들은 송아지에게 우유를 먹이는 체험과 구릉진 초지언덕에서 잔디썰매를 타는 이벤트를 가질 수 있다. 맑은 하늘과 목가적인 전원 속에서 어른과 아이들은 모두 동심의 세계로 빠져든다.

곧 이어지는 치즈 파티. 식빵에 직접 만든 치즈를 올려 먹어보거나 신선한 우유로 만든 요구르트와 달콤한 과일을 버무린 샐러드는 입안을 상큼하게 만든다. 이윽고 '나만의 치즈'를 손에 들고 다시 마을로 오면 부녀회에서 준비한 즐거운 치즈 돈가스가 점심으로 마련된다.

#치즈마을의 다른 체험들

치즈 만들기 체험 이외 선택사항으로 연중 방앗간체험이 있다. 우렁이 농법으로 지은 벼를 마을 방앗간에서 직접 도정해 보는 이 체험은 매일 먹는 밥 한 톨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된다. 도정한 쌀은 포장 후 참가자들에게 나눠준다.

계절별로는 봄에 나물 캐기와 모심기부터 가을의 벼 수확과 탈곡체험 등이 있으며 특히 다음달 8일은 우렁이 입식행사를 갖고 8월엔 치즈마을 축제도 열린다.

당일체험이 아닌 1박2일 체험 프로그램에 따르면 새끼꼬기와 투호, 제기차기 등 전통 민속놀이 체험도 가능하다.

#치즈마을 주변 섬진강과 어우러진 명소들

치즈마을을 나와 17번국도를 타고 덕천리 방면 25분간 차를 달리면 섬진강 맑은 상류에 속하는 오원천이 휘감아 도는 곳에 사선대가 있다. 주변 경치가 아름다워 신선과 선녀들이 내려와 놀았다는 사선대는 천을 가로지르는 예쁜 나무다리를 사이로 오색 분수가 물을 뿜고 잔디구장과 조각공원, 산책로 등 다양한 시설도 갖춰져 휴식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또한 사선대를 끼고 산자락 위에 세워진 운서정에 이르는 산책코스는 환상적인 주위풍경으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세계의 여러 유명조각가들의 작품을 진열해 놓은 조각공원은 아름다운 작품들과 인근 경치가 보는 이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임실군 강진면과 운암면 일대에 걸친 옥정호는 노령산맥 줄기사이로 흐르는 섬진강 상류를 막은 다목적댐으로 깨끗하고 넓은 호반이 주변의 구불구불한 도로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로 정평이나 있다. 전국 아름다운 도로 100선에서 우수상을 받을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특히 운암대교와 국사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옥정호반은 주변 산세의 비취빛 신록이 호반에 녹아들어 그 정취가 더욱 싱그럽다. 호반 가운데 있는 섬에는 농가 한 가구가 고추를 경작하고 있어 마치 선경 속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여행 tip

임실군 치즈마을은 화성, 중금, 금당 3마을의 합동이름으로 86가구가 길게 늘어져 형성된 촌락구조를 띠고 있다. 이중 45가구가 치즈마을 운영회에 참여하고 있으며 전국 단위촌락 중 젊은이와 어린이가 가장 많은 마을로도 유명하다.

마을 어귀에 있는 치즈마을 운영위원회 사무실에서 치즈체험 참가단을 모집하고 있으며 프로그램별로 마을 어른들은 경운기를, 부녀회에선 점심을, (주)숲골유가공에서 실제 치즈 만들기 체험을 담당하고 있다.

한 프로그램당 어른이나 아이들 구분 없이 최소 20명에서 100명까지 참가할 수 있으며 1인당 경비는 2만3천700원이지만 임실군에서 7천 700원을 보조하므로 실 경비는 개인당 1만 6천원만 내면 된다. 주말엔 3타임이 진행된다.

치즈마을의 젖소 수는 약 400여두로 4개 축산농가에서 전담해서 사육하고 있다. 이중 (주)숲골유가공은 현대적 치즈 시설을 짓고 직접 운영하는 젖소농장에서 나오는 신선한 우유로 자연숙성치즈인 베떼뜨무안과 가우다 치즈, 생치즈인 모짜렐라 치즈 및 요구르트를 생산, 전국 유명 유통업체를 통해 시판하고 있다.

한편 임실읍 갈마리에 있는 임실치즈농협에서도 209명의 조합원이 합심해 피자치즈, 슬라이스 치즈, 양파, 햄, 김치, 인삼 치즈와 다양한 요구르트를 생산하고 있다.

▶치즈체험 문의:063)643-3700

◇임실군 치즈마을 가는 길=88고속도로 남원 나들목을 나와 우회전한 후 첫 번째 네거리에서 다시 우회전, 전주방향 17번 국도를 탄다. 약 30분을 달리다보면 오른쪽 임실방향 30번 국도로 방향을 틀어 달리면 임실갈마네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우회전해 5분정도 가면 큰 삼거리가 나오는데 정면을 자세히 보면 치즈마을 이정표가 보인다. 이를 따라 직진하면 치즈마을 어귀로 들어 설 수 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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