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넷 카페 재미…50대가 푹 빠져든다

이정식(53·수성구 상동) 씨는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인터넷 온라인 카페에 드나든다. 온라인 카페를 통해 초교 동창들과 소식을 주고받는 재미에 푹 빠졌기 때문. 인터넷의 재미와 위력을 잘 몰랐다는 이 씨는 "지금은 컴퓨터를 잘 다룰 줄 몰라 딸이 온라인 카페 접속 등을 도와주고 있지만 앞으로는 혼자 할 것"이라며 "도서관 등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강좌를 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10, 20대 자녀들에게 "게임 좀 그만 하라."며 타박하던 50대가 온라인에 맛을 들이고 있다. 195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50대에 접어들면서 오프라인 만남을 넘어 온라인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

오명철(50·수성구 시지동) 씨도 회사 출근과 동시에 카페에 새로 올라온 글들을 확인해 간단한 댓글을 남기는 것이 각종 서류를 처리하는 것만큼 중요한 하루일과가 됐다. 오 씨는 "동창회뿐 아니라 취미생활을 즐기는 모임도 온라인으로 찾게 됐다."며 "이젠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카페에 올리는 것도 새로운 재미"라고 자랑했다.

편지, 흑백사진에 익숙한 이들이 이메일과 디지털카메라를 배우려고 나선 것도 이젠 새삼스럽지 않은 얘기. 실제 대구시내 각 도서관 교양강좌마다 인터넷 강좌나 디지털카메라 강좌에 50대 이상 수강생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유분자 대구 북부도서관 교양강좌 담당은 "예전 서예나 한자 등에 몰렸던 중·장년층들의 상당수가 디지털카메라 강좌에 참여한다."며 "디지털카메라 강좌는 50대 이상이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라고 말했다.

이들이 온라인 카페에 열광하는 것은 자녀도 거의 성장해 여유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실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성한기 대구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시절이 다갔다고 생각하는 50대들에겐 비슷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동창들과 친구들이 위안이 되고 있다."며 "먹고 사느라 힘든 시절을 헤쳐나왔지만 퇴직 등 현실적인 불안감이 겹치면서 팍팍한 삶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심리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우려도 적잖다. 이들이 아직 인터넷에 미숙하기 때문에 신종 범죄인 '피싱(개인정보 유출)' 등 온라인 사기에 걸려들 가능성이 적잖은 것. 이에 대해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인터넷을 이용한 신종범죄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개인정보를 과다하게 요구하는 사이트 등은 되도록 피하고 카페를 이용할 때도 주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변경,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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