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보이스 피싱에 조심을

영어권 나라에서도 잘 쓰일 것 같지 않은 단어인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이 대유행이다. 인터넷 백과사전을 검색해 보니 음성이라는 뜻의 보이스(Voice)와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알아내 이를 이용하는 사기수법이란 뜻의 피싱(Phishing)이라는 단어가 결합한 것이라 한다. 즉 전화를 통해 상대방을 교묘하게 속여 비밀번호 등 금융정보를 알아내 돈을 빼내가거나 환급 등을 명목으로 송금을 받아 가로채는 신종 사기수법을 의미하는 셈이다.

이 수법은 워낙 치밀해 처음부터 사기꾼이라는 경각심을 갖지 않거나, 받는 즉시 끊지 않고 '들어나 보자'는 식으로 전화기를 들고 있다가는 점점 께름칙하고 불안한 생각이 들어 속기가 십상이다. 이들은 국세청, 검찰, 보험'연금공단, 금융기관 등 다양한 기관을 사칭해 사기를 벌이는데 특히 가장 악랄한 것은 '납치'를 가장하는 것. 자식의 일이라면 영원히 약해질 수밖에 없는 부모의 마음을 철저하게 짓밟아 돈을 빼앗는 수법이다. 많이 알려진 내용이지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이 수법을 소개하면 이렇다.

우선 가족들의 신상명세와 휴대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일을 나눠 한 사람은 계속 아이에게 귀찮을 정도로 휴대전화를 하거나 전화기 시험 중이라며 전원을 끄도록 유도한다. 또 다른 사람은 부모에게 전화를 해 아이를 납치했다며 돈을 요구하는 것이다. 폭력을 행사하는 험악한 분위기를 전달하거나 '살려달라'는 희미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은 물론이다. 아이에게 전화를 하면 전원이 꺼져 있다거나 계속 통화 중이어서 부모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경찰에 따르면 대부분 부모들의 경우, 막상 이러한 전화를 받으면 아이 목소리를 확인하거나 경찰에 신고할 겨를도 없이 이들의 요구에 따른다는 것이다. 법에 정통한 법원장과 이러한 사례를 수도 없이 접했을 언론사 간부까지 이들에게 속아 거액을 송금한 것을 보면 이들 수법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중국의 콜센터를 이용해 전화를 하고, 국내총책, 중간 자금관리자, 현금인출책, 통장수집책 등으로 세분된 점조직으로 위조여권이나 대포통장을 사용해 붙잡기가 어렵고, 붙잡는다하더라도 송금된 돈은 대부분 중국쪽으로 건너가버리기 때문에 돌려받기가 불가능하다는 점.

31일 대구동부경찰서에 검거된 17명의 일당만 하더라도 경찰의 끈질긴 추적이 없었으면 붙잡기가 불가능했다. 지난달 16일 한 피해자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보이스 피싱의 경우 중국인이 많고 이들이 계좌를 개설하려면 여권이 필요하다는 데 착안해 곧 바로 각 금융권에 협조를 의뢰했다. 이어 김천의 한 우체국에서 피해자의 신고 하루 전인 15일 중국인 6명이 한꺼번에 계좌를 개설했다는 연락이 와 이를 추적한 끝에 붙잡았다. 이들은 불과 보름동안 확인된 것만 4억여 원을 챙겼고, 경찰은 이들이 하루 평균 8천만~1억 원을 송금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미뤄 피해액이 10억 원대 이상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회수한 금액은 3천여 만 원에 지나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개인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 최선이다. 특히 무작위로 전화를 건 뒤, 물정에 어두운 노인들이나 부녀자들이 전화를 받으면 목록을 만들어 두었다가 꼭 다시 전화를 한다고 하니 더욱 유의해야겠다. 인권이나 개인정보'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가 있어 다소 무리가 따를지도 모르지만 이 범죄를 막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는 금융권의 적극적인 협조다. 이번 사례에도 나타났듯 일당을 붙잡은 것은 우체국 측의 협조가 절대적이었다. 하루에도 수도 없이 개설되는 계좌를 챙겨보기란 쉽지 않겠지만, 좀더 세밀한 확인과 함께 수상한 점이 발견되면 즉시 신고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또한 수사 경찰에 따르면 이들로부터 돈을 받고 계좌를 빌려준 사람들이 모두 중국인 유학생이고, 이들을 마구잡이로 받아들이는 대학들이 많음을 감안하면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감독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보이스 피싱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심할 것을 다시 한 번 당부드린다.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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