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 온 첫날 교사로 가장해 1주일간 전교생을 골탕먹인 프랭크는 부모 이혼 후 가출, 남을 속이는데 천재적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기자를 사칭해 항공사의 허점을 알아내고, 조종사로 속여 모든 비행기에 무임승차하나하면 50개 주의 은행을 돌며 140만 달러를 챙겼다. FBI의 베테랑 요원도 번번이 속을만큼 신출귀몰한 사기 행각이었다. 오랜 추적끝에 결국 범인의 정체를 알아낸 수사관은 범인이 겨우 17세의 고교생이라는 사실에 아연실색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003년작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은 실제 미국에서 일어났던 천재 사기꾼을 소재로 한 영화다.
요즘 우리 사회에 날이면 날마다 희대의 사기극이 벌어지고 있다. 전국민을 상대로한 무차별 사기다. 국제 전화금융 사기. 세칭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이다. 주로 자녀'부모의 납치'사고 등 위급상황 발생을 가장하여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범죄다. 아닌게 아니라 느닷없이 누군가로부터 "당신 계좌에서 (수백만원 또는 수천만원의)돈이 빠져나갔다"거나 "당신 자녀가 납치됐다"는 전화를 받으면 웬만큼 이성적인 사람도 혼비백산하여 은행 자동지급기의 단추를 누르기 십상이다.
마침내 어느 현직 법원장이 아들납치 전화에 속아 6천만 원이나 사기당하는 사건마저 발생했다. 우리 사회 최고의 지성인이라는 법조인마저 이리 황당하게 당할진대 張三李四(장삼이사)들이야….
경찰청에 따르면 전화사기 범죄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작년 6월부터 올 1월까지 7개월간 피해건수만도 1천606건에 이른다. 게다가 갈수록 피해사례가 늘어 2,3월 두달간 800여 건이나 경찰에 접수됐고, 4월엔 한달동안만도 641건이 발생했다. 꼬리를 자르면 또 새 꼬리가 자라는 도마뱀처럼 신종 사기수법이 속출하고 있다. 갈수록 지능화되고 대담해지는 추세다.
문제는 날고 뛰는 범인들과 달리 각자 속지 않도록 정신 바짝 차리는것 외엔 현실적으로 피해를 막을 묘책도, 피해 구제 방법도 없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대만 등 외국에 숨어 몸덩이를 불리고 있는 전화사기범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한국인들을 속여먹는 재미, 굴러들어 오는 돈다발에 희희낙락하고 있을 것이다.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하면서.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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