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은 그냥 의무가 아니라 신성한 국방의무로 불려진다. 그러나 최근의 현역 기피와 군 경시 풍조는 국방의무를 신성하기는커녕 구차한 굴레로 전락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운동 잘했다고, 대통령 선심 쓰느라고, 어거지 제도를 만들어서…이래저래 빼주고 빠진다. 황금 같은 젊은 시절을 만기 복무한 사람들만 바보가 되는 현실이다. 누가 현역 입대할 것인가.
최근의 병역특례 비리는 이런 사회 분위기의 작은 방증이다. 산업기능요원 복무기간 중 100회 이상의 공연을 벌인 가수 싸이 등 10여 명이 부실 근무 혐의 등으로 검찰에 적발했다. 어떻게 하든 현역 입대를 피하려 하고, 그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다수 국민들은 빙산의 일각으로 여긴다. 과거에도 비리는 심심찮게 불거져 온데다 선발과 관리를 특례지정 중소기업에 거의 전담시켜 놓은 상태다. 힘있고 요령 있는 사회지도층 인사, 연예인 등 인기인들이 이런 제도를 농락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병역 특례제도는 전문적 재능을 가진 입영 대상자를 일정 기간 연구기관, 산업체에서 근무하게 하고 병역 의무를 대체해주는 제도다. 그러나 최근 3년간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한 4급 이상 고위 공직자 아들이 249명, 이들중 70%는 대학에서 특례업체와는 무관한 학과에 다녔거나 관련 자격증이 없었다.
병무청은 산업기능요원으로 편입된 사회지도층 인사 아들, 연예인, 스포츠스타 등에 대한 복무실태 조사를 강화하는 등 사후약방문격인 대책을 내놓았다. 그리고 오는 2012년 산업기능요원 제도를 폐지할 방침이다. 신성한 국방요원을 영리 목적의 기업체에 보낸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 즉각적인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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