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쌀 안 준다고 이산상봉 중단이라니

북한이 31일 제21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쌀을 안주면 이산가족 상봉 중단 등 조치를 취하겠다며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북측의 대응은 정부가 2'13 합의 이행 때까지 40만t 규모의 대북 식량차관 보류를 발표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지만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 중단'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상식 밖의 일이고 그동안 남북 교류가 얼마나 왜곡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까지 정부는 국내의 비판적 여론을 무릅쓰고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적십자사 등을 통해 북한에 쌀과 비료를 지원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실향민 뿐 아니라 국민 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정치적 볼모가 되고 있다는 것은 향후 남북관계 경색은 물론 국민들의 대북 정책에 대한 인식이 더욱 악화될 소지가 크다.

북한 주민들이 지난 '고난의 행군'시절에 경험했듯 쌀 문제는 그 어느 것보다 급박하고 절실한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인도적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한 것은 북 체제와 대북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처사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북 정책에 대한 엄중한 평가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 햇볕정책이라는 미명 하에 남북관계 개선이라며 국민을 호도해온 결과가 어떤 것인가. 국민들은 정치적 목적의 남북 대화가 아니라 실질적인 남북 교류와 화해를 희망한다. 억지와 생떼를 부리며 하나 주면 하나 받는 관계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북측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과 같은 졸렬한 대응이야말로 북 체제의 비인도성과 불확실성을 재차 확인시켜 준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