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파이터' 최배달. 실전공수도를 익힌 그는 무림고수를 찾아 전 일본을 찾아다녔다. 목숨을 건 실전대결에서 그는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공개처형을 공언하고 나선 30명의 일본 무사들과의 '무사시노 대혈전'이후 그는 일본무도계를 평정했다.
지금 무림의 절대고수는 효도르(Fedor)다. '프라이드'와 'K-1', 'UFC' 등은 유도와 레슬링, 삼보와 무에타이 등 고유무술을 익힌 무예판의 고수들이 겨루는 현대판 무림이다. 이제 효도르와 크로캅, 마크 헌트, 실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종합격투기(MMA) 선수들이 박지성이나 이승엽, 박찬호보다 더 가깝게 느껴진다. 에밀리아넨코 효도르가 '60억 분의 1의 사나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서도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고 '스탠딩, 그레플링, 그라운드 포지셔닝, 파운딩, 서브미션 암바' 등의 격투기 전문용어도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다. 경기 중계일정까지 훤히 꿰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MMA마니아라고 할 수 있다. 10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가진 '종합격투기'의 세계가 스포츠마니아들을 유혹하고 있다.
프라이드와 K-1무대는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효과적으로 결합한 '일본산' 문화코드다. 프라이드를 주관하는 DSE사는 한 대회를 치를 때마다 무대 장치에만 50억 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케이블방송이 지불하는 중계권료도 상상을 초월한다.
'씨름판의 황제'로 불렸던 최홍만과 이태현도 격투기무대에 도전했다. 상대를 넘어뜨리는데는 '선수'였지만 얼굴을 맞아본 적이 없는 씨름선수들에게 격투기의 세계는 냉혹했다. '신사' 이태현은 러시아에서 절치부심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이들같이 한 종목에서 명성을 떨친 스타급 선수 외에도 유도와 삼보, 무에타이 등 갈고닦은 실력 하나만으로 종합격투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맞는 게 두렵지 않아요. 맷집만큼은 한국에서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한국에서는 헤비급에서 맞붙을 상대가 없다는 이상수(24) 선수. 그도 무림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29일 오후 러시아에서 열린 삼보대회에 출전하고 막 돌아온 그를 만났다. 올 2월 MMA의 황제 효도르 팀이 방한했을 때 철권주먹을 자랑하는 로만 제인홉과 맞붙었다. 그의 주먹을 정통으로 맞고도 녹다운되지 않아 오히려 상대를 놀라게 했을 정도의 맷집을 자랑한다. "맷집은 타고 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도 2004년 일본 무대를 통해 종합격투기 데뷔전에 나섰다가 상대의 카운터펀치를 맞고 KO패당한 적이 한 차례 있다.
지금까지 전적은 14전 11승 3패. 유도선수 출신치고는 타격이 좋은 편이다. 11승 중 8승이 KO승이다. 맷집 좋고 유도로 다져져 근접전에 강하고 타격력까지 갖췄다. 경북체고와 계대에 입학했을 때까지 유도만 하던 그가 종합격투기 선수로 전향하게 된 것은 유도를 계속하기에는 유연성이 부족한 것 같아 다른 운동을 배우다가 종합격투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이기고 싶다는 승부욕이 솟아납니다."
그는 아직 최고의 수준에 오른 '격투사'는 못 된다. 유도와 복싱이 능하다. 그런 점에서는 입식위주의 K-1무대가 어울릴지도 모른다. 그는 "복싱처럼 맞으면서 때리는 것이 체질에 맞는 것 같아요."라며 "효도르 같은 세계 최고는 되지 못하더라도 K-1 같은 무대에서는 최고가 되고 싶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오는 13일 그는 다시 러시아로 간다. 푸틴대통령컵 삼보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데뷔 초기에 프라이드 측에서 제의가 왔었지만 실력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생각에서 거절을 한 적이 있다. 아직은 세계무대에 많이 나가 다양한 선수들과 실전경험을 쌓는 것이 더 급하다고 생각한다.
글·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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