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 바깥에서 일을 마치고 늦은 저녁 집에 들어오는 신랑이 냉장고에서 제일 먼저 찾는 것은 다름 아닌 맥주다. 캔맥주로는 도저히 그 엄청난 갈증을 해결해 줄 수가 없어 사놓기 시작한 피쳐맥주는 한 번에 다 먹기에는 양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늘 우리집 냉장고에는 김빠진 맥주병이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어 복잡하기만 했다.
냉장고 정리를 하던 중 맥주와 기타 야채(미나리, 버섯, 냉이, 깻잎 등)를 보며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가 갈증에 목마른 신랑을 위해 맥주 샤브샤브를 만들기로 했다.
샤브샤브 육수를 맥주로 넣어 알코올 성분이 날아갈 때까지 끓이고(맥주를 끓이다 보면 거품이 많이 나는데 냄비를 넉넉한 것으로 준비하고 거품을 걷어내면 아이들이 먹어도 전혀 상관없다) 소금과 후추로 약간의 간을 한다.
기타 야채를 먹기 좋게 썰어 준비해 두었다가 맥주 끓인 육수(?)에 야채와 대패 삼겹살을 적당히 익혀 양념장(진간장 2큰술, 맛술 2큰술, 와사비 갠 것 1큰술, 식성에 따라 땅콩, 호두, 잣 간 것을 추가)에 찍어 먹는다.
다 먹고 남은 육수에 칼국수를 넣어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면 갈증해소와 함께 냉장고 정리, 영양보충까지 일석삼조의 아빠를 위한 이색 샤브샤브가 된다.
맥주 샤브샤브에 길들여진 아이들이 이제 삼겹살을 구워서 먹으려 하지 않는다.
너무 일찍부터 맥주 맛을 안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지만 부드러운 고기 맛을 아이들이 더 좋아해서 요즘은 김빠진 맥주가 아닌 생생한 맥주로 샤브샤브를 끓인다.
김미란(대구시 수성구 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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