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시어머니의 특미중 특미

제법 덥다. 한낮에는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날 정도다. 좀 덥다고 축 처져 있는 남편의 어깨를 보니 우리 집 특단의 조치인 '추어탕'을 불러야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난 추어탕을 끓일 줄 모른다. 한 솥 끓여 식구들 든든히 먹이면 좋으련만 추어탕은 우리 시어머님의 특미 중에 특미다.

어머님께서는 살아 펄떡거리는 미꾸라지를 푹 고아 육수를 우려내고 남은 미꾸라지마저도 으깨고 또 으깨고…. 미꾸라지들의 뼈들이 가루가 될 때까지 으깨어 국물에 넣으신다.

배추, 토란 등의 나물에 마늘과 간장을 넣어 조물조물 주물러 양념이 배게 한 후 육수에 넣어 으깨둔 뼈도 같이 넣고 푹 끓이신다. 나중에 제피(산초)가루를 넣으시는데, 언제 어디서 제피 열매를 따오셔서 그 껍질을 모아놓으셨는지 그 자리에서 갈아넣으신다. 제피가루는 나중에 먹을 때도 더 넣어 먹는데 혀끝에서부터 퍼지는 아린 맛이 미꾸라지의 비린내를 없애줌과 동시에 특유의 향이 되어 추어탕의 맛을 완성시켜준다.

추어탕 한 그릇에 밥 한 공기 아무 생각없이 던져 넣어 말고 겉절이 김치 척 올려 먹으면 한여름 더위가 두렵지 않다. 어디 가서 사먹어 봐도 어머님이 끓이신 것보다 맛난 추어탕은 먹을 수 가 없었다.

"이제 쟈 한테도 추어탕 끓이는 거 갈켜줘라. 엄마!" "쟈는 이거 못한다. 징그러워서 미꾸라지 못 만진다." 내게 비법을 전수하라는 남편의 은근한 압박에 어머님은 늘 미루신다.

어머님 눈엔 마흔을 눈앞에 둔 며느리가 아직 볼 빨간 새악시 같아 보이는 가보다. 이번 주말에는 어머님께 추어탕 끓여달라고 졸라야겠다. 이번엔 더 유심히 지켜보고 나도 한번 도전해봐야지.

신효은(대구시 수성구 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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