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0일 낮 대구 달서구 C&우방랜드 영타운 무대. 흥겨운 음악에 맞춰 벽안(碧眼)의 미녀 5명이 외국 남성들과 함께 댄스스포츠의 하나인 '자이브'를 선보였다. 핫팬츠를 입은 미녀들이 화사하게 웃으며, 경쾌하게 춤을 추자 관객들은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공연을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온 엘레나 스토야노바(27·여·불가리아 출신) 씨는 "사람들의 열띤 호응에 행복감을 느낀다."며 활짝 웃었다.
관객들에게 댄스스포츠의 진수를 선사한 이들은 C&우방랜드 댄스스포츠팀. 20대 외국인 남녀 10명으로 구성된 댄스스포츠팀은 '댄스 위드 플로라(꽃의 여신과 춤을)' '캐릭터쇼' 등 2개 프로그램을 통해 하루 4번씩 댄스스포츠를 선보이고 있다.
댄스스포츠팀 가운데 여성은 엘레나 씨를 비롯해 5명. 걸음마를 시작하면서 댄스스포츠를 배운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여성들로 엄격한 오디션을 거쳐 지난 3월부터 댄스스포츠 공연을 하고 있다. 취미로 댄스스포츠를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이들 나라에서는 댄스스포츠가 학교 정규교육 과정의 하나로 채택될 만큼 어려서부터 댄스스포츠를 체계적으로 배운다. C&우방랜드에서 공연하는 여성들은 자국에서 열린 댄스스포츠 대회에서 입상을 한 프로 중의 프로들.
2002년 대구를 처음 찾은 이후 올해로 대구에서만 세 번째 공연을 하는 엘레나 씨는 "바쁘고 시끄러운 서울보다 대구가 좋다."고 얘기했다. 여름이 유달리 더운 대구에서 공연을 하는 게 힘은 들지만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성에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인연을 자주 맺다보니 우리말도 조금 하는 편이며 여성 멤버 가운데 맏언니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이 너무 좋다는 그녀는 앞으로 한국 남자와 결혼하는 게 꿈이라고 주변에 털어놓기도 했다.
역시 불가리아에서 온 밀레나 이바노바(22·여) 씨는 국제관계 분야를 전공하는 대학생. 한국에서 댄스스포츠 공연을 통해 번 돈으로 불가리아의 엄마에게 미용실을 차려준 '효녀'라는 게 C&우방랜드 관계자의 귀띔. 바다를 좋아한다는 그녀는 "대구에서는 성당못을 자주 찾는다."며 "대구 사람들은 착하고 재미있다."고 했다. 공연이 없는 월요일엔 여행을 간다는 밀레나 씨는 "바다가 있는 포항과 진해, 그리고 부곡하와이가 좋았다."고 털어놨다. 한국 음식 가운데서는 김밥, 군만두를 좋아한다.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매일 댄스스포츠를 추는 덕분"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C&우방랜드 댄스스포츠팀은 에버랜드, 롯데월드, 서울랜드 공연팀과 함께 우리나라 최고 수준이란 평가다. 개인별로 오디션을 통해 공연팀을 선발, 매년 3월부터 10월까지 공연을 펼치고 있다. 댄스스포츠팀이 단독으로 공연하는 '댄스 위드 플로라' 경우 약 20분에 걸쳐 탱고, 자이브, 삼바, 룸바, 차차차 등 5개 장르의 춤을 선보이고 있다. 김병준(30) 영타운 무대감독은 "어려서부터 댄스스포츠를 체계적으로 배운데다 자신들의 나라에서 열린 대회에서 입상을 한 여성들이어서 댄스스포츠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고 얘기했다.
공연을 하는 중 조그마한 실수라도 하면 서로 지적해주기도 하고, 따로 연습을 하는 프로 정신도 갖추고 있다. 댄스스포츠팀 여성들이 받는 대우는 우리나라 직원들과 비슷하다. 하지만 불가리아 등에서는 최고 대우를 받는 수준이어서 한국 공연이 많은 사람들의 꿈이라는 게 C&우방랜드측의 얘기다. 회사에서 마련한 기숙사에서 합숙생활을 하고 있다.
♠ 여성 댄스스포츠팀 한마디씩!
▶엘레나 스토야노바(27·불가리아)="바쁘고 시끄러운 서울보다 대구가 좋다. 관객들의 박수에 힘을 얻는다. 한국 남자와 결혼하는 게 꿈이다."
▶밀레나 이바노바(22·불가리아)="대구 성당못을 자주 찾는다. 대구 사람들은 착하고 재미있다. 김밥, 군만두를 좋아한다. 매일 댄스스포츠를 추는 게 몸매 유지 비결이다."
▶J 경기 페르디크(25·루마니아)="한국 음식이 매워 먹기가 힘들다. 그러나 불고기는 아주 맛있다. 불고기 만드는 방법을 배워 루마니아에 가서도 만들어 먹고 싶다."
▶야나 그부오드에바(28·우크라이나)="한국 사람들은 잘 웃지 않는다. 우리 공연을 보고도 무뚝뚝할 때가 많다. 웃고 소리 지르며 쇼를 즐기기 바란다."
▶다이아나 야네바(23·불가리아)="대구에 두 번째 왔다. 첫 번째 왔을 때 한국 문화를 많이 체험하지 못해 아쉬웠다. 이번에는 많은 곳을 보고, 다양한 체험을 하고 싶다."
글·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