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구미의 두 얼굴

어제 오후 1시 54분 龜尾(구미)역에 모처럼 팡파르가 울렸습니다. 고속철 KTX가 처음으로 플랫폼에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인구 39만인 구미시는 이제 '중소 경제 도시'라는 타이틀이 어울리지 않습니다. 인구로서는 중소 도시지만 국내 수출의 10분의 1을 담당하는 '매머드'급 생산 도시입니다. 그런데 이런 구미가 갖고 있는 약점 중 하나가 바로 교통입니다.

다행히 대구와는 경부고속국도 8차로가 연결돼 다니기에 전혀 불편이 없습니다. 문제는 수도권입니다. 대구-서울이 2시간 이내 거리라면 수도권과 훨씬 가까운 구미-서울은 최하 3시간입니다. 환승하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보통 4시간은 잡아야 합니다. 교통거리 3~4시간이면 국내에서는 奧地(오지)라고 합니다. 이 좁은 나라에서 매일 외국 바이어가 드나드는 도시가 수도권과 3시간 거리에 있다면 '국제 도시'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습니다.

그러나 구미는 국제 도시의 면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수출은 말할 것도 없고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도시입니다. 평균연령이 31세밖에 되지 않는 싱싱한 도시입니다. 대구 산부인과 의사가 손님이 없어 구미로 갈 정도라고 하니 구미의 역동성은 입증된 셈입니다. 지금 구미 주변 인동, 석적과 상모동은 저녁이면 불야성을 이룹니다. 부도심이 발달된 전형적인 도시가 바로 구미입니다.

'아침에 술잔을 기울이는 젊은이를 보고 싶다면 구미로 오세요, 야근을 마치고 귀가하는 사람에게 아침 8시는 우리의 저녁 8시와 같습니다. 술잔으로 아침을 흔들어 깨우는 그 살아있는 젊음의 목소리가 얼마나 싱그럽습니까.' 제가 만약 시인이라면 이렇게 노래하고 싶은 곳이 바로 구미입니다. 그런데 지금 그 구미가 또 다른 어두운 얼굴을 갖고 있습니다.

구미공단은 지금 우울합니다. 적어도 구미시민의 눈으로 보면 '위기'에 가깝습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저가 휴대전화 공장을 만든다고 합니다. LG전자는 PDP 생산라인을 줄였습니다. 불행하게도 요 며칠 전 섬유업계를 호령하던 한국합섬은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습니다.

죽어도 고향을 버리지 않겠다는 수구초심의 애향심과 이윤을 좇아가는 '경제논리'는 서로 다릅니다. '두 얼굴'의 구미, 그 미래는 과연 어디에 있는 걸까요.

윤주태 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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