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야 대결의 장 '아직…' 대선 D-200 '기상도'

대선이 20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2002년 대선과 달리 아직도 여·야 간 대결의 장(場)이 서지 않고 있다.

▶장이 너무 선 한나라당

지난 1997년과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대세론이 쉽게 안착한 것에 비하면 최근 '빅2'의 과열경쟁은 파격적이다. 지난 대선 때 대선후보를 꿈꾸는 '9룡'이 경합을 벌이기도 했지만 대세론을 꺾기에는 역부족했고, 후보가 선출된 이후엔 곧바로 이회창 체제로 전환돼 안정적인 모습을 되찾았다.

하지만 올해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세력을 양분하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간의 샅바싸움이 한 치 양보 없이 진행되고 있고, 의원들도 양분돼 사생결단의 공세를 벌이고 있다. 후보들마저 "같은 당 식구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할 정도다.

여기에 과열경쟁으로 특정 후보가 당선되면 상대후보 측에 줄을 선 의원들은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면서 경선 이후 내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잖게 터져나오고 있다. 지지율에 '울고 웃는' 현상도 2002년과는 다른 것. 지난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현직 대표였던 박 전 대표의 지지율에 이 전 시장은 필적할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현재의 양상은 다르다. 여기에 최근 당내 정책토론회를 계기로 양측의 지지율이 소폭 변동되고 있어 이-박 간의 희비 쌍곡선이 어떻게 그어질지도 관심사다. 이 전 시장 측은 '수성'을 장담하고 있지만 박 전 대표 측은 '역전은 시간문제'라고 밝혀 장이 비좁을 정도다.

▶장도 못 선 범여권

대선후보는 고사하고 대선 '둥지'조차 없다. 열린우리당은 내분으로 적잖은 의원들이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자.'며 탈당을 감행했고, 탈당파 의원들은 다시 몇 개 정파로 나뉘어 세력화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 서로가 새로운 통합의 주체라고 주장, 혼란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중심당 등도 대통합의 주도권 쟁탈전에 가세했다.

지난 1997년 대선 때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는 그해 5월, 2002년 대선때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4월에 후보로 확정된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인 셈이다.

후보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자 전·현직 대통령들이 범여권의 중심에 서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전·현직 대통령의 '훈수 정치'가 잦고, '사공이 없는 범여권'에 사공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없잖다는 것.

이런 가운데 최근 통합신당과 민주당이 통합의 대원칙에 합의하는 등 통합의 단초를 마련했지만 범 여권 세력을 하나로 묶는 '대통합'이 아닌 국지적 '소통합'이어서 언제 하나로 묶여질지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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