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A시 한 마을은 1997, 98년 산림청이 주관하는 산촌종합개발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40호 남짓한 이 마을에 당시 13억 원이라는 '거금'이 쏟아졌다. 주민들은 이 돈으로 마을 안길과 상·하수도 등을 정비하고 내친김에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까 싶어 마을 입구에 펜션 형태의 산촌종합복지회관을 짓는 데 6억 원을 썼다.
이게 화근. 이후 복지회관은 평범한 마을회관으로 슬그머니 둔갑해버렸다. 이 마을 한 주민은 "마을에서 3㎞ 거리에 자연휴양림이 있는데 누가 여기 오겠냐?"며 "여름철만 되면 장마로 회관 보일러실이 물에 잠겨 수리비가 들고 전기료, 기름값만 잡아먹는 골칫거리가 됐다."고 전했다.
경북 B시 한 마을도 2005년 '돈벼락'을 맞았다. 농림부가 주관하는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돼 2억 원을 받았고 농협중앙회 팜스테이마을로 선정돼 8천여만 원을 지원받은 데 이어 건강체험마을로도 뽑혀 시로부터 6억 원을 받은 것.
주민들은 이중 2억 원으로 황토불 한증막과 황토방을 만들었다. 첫해에는 이용객이 있었으나 요즘은 발길이 뚝 끊겼다. 운영을 떠맡은 이 마을 이장은 "손님이 없어도 매일 아침 불을 지펴야 하기 때문에 나무값, 기름값, 전기·수도료 등 한 달 고정 비용만 130만 원 정도 든다."며 "관광객이 너무 없어 지난달부터 이용료도 낮췄는데 언제까지 운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정부가 농·산·어촌의 농외소득을 늘리고 도농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농어촌체험관광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질보다 양적인 신장에만 열을 올리는 바람에 비슷한 체험프로그램으로 짜인 '붕어빵' 마을들이 4년 새 전국에 수백 곳이나 탄생, 차별성이 없는 바람에 관광객 발길을 잡는 데 실패한 것. 게다가 체험마을 선정시 수억~수십 억 원을 퍼주고도 이후 관리를 제대로 않아 혈세로 지어진 시설물들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곳도 생겨날 정도.
실제로 경상북도가 농·산·어촌체험마을로 선정된 도내 51개 마을을 최근 조사한 결과 총 방문객 수가 41만 2천여 명, 마을 소득은 32억 2천300만 원으로 나타났다. 한 마을당 8천여 명이 다녀갔으며, 6천300만 원가량의 소득을 올린 셈.
마을당 2억 원에서 3억 원 정도의 소득이 나와야 관리비 등을 제외하고 수익이 생긴다는 수지계산을 맞춰 볼 때 손실이 더 크다는 계산이다.
이에 대해 경북도 최웅 농업정책과장은 "체험마을 사업에 대한 주민참여를 높이고, 지원비를 활용한 사업 내실화를 위해 내년부터 2016년까지 모두 90억 원의 사업비를 책정, 매년 2개씩의 녹색농촌체험 선도마을을 육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1마을 1CEO 양성' 사업에 3억 6천만 원을 투자해 체험마을 운영을 전담할 수 있는 전문 리더를 양성하고, 마을축제를 활성화해 체험관광사업과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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