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변해야 산다" 지역기업들, 조직 개조 바람

기발한 연수행사 잇따라

"산에 오르는 것을 싫어하는 제가 밤새 17㎞나 걷는 야간 산행을 할 수 있을지 처음엔 의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덤벼들어보니까 되네요. 제 자신이 대견스럽습니다. 직장 동료들과 이렇게 뿌듯한 추억을 만들어본 것은 처음이라, 이 또한 즐겁습니다."

1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11시간 야간산행(대구 달성군 옥포면 용연사~앞산) 행사를 가진 교보생명 대구지역본부. 이 회사 소속 한 여직원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 회사가 이런 종류의 직원 단합 연수행사를 가진 것은 처음. 종전까지만 해도 기껏해야 3, 4시간짜리 '나들이형' 등산에다 끝난 뒤엔 술잔을 든 채 "잘해보자."고 외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올해부터 사원 단합대회의 형태를 바꾸기로 했다. 보험업계의 치열한 경쟁구도속에서 '옛날과 똑같은 생각'으로는 누구도 이길 수 없으며, 결국 사원단합행사를 비롯해 조직 내의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는 것.

"지난해 가을, 사원들에게 '내년 상반기 내에 야간산행을 하겠다.'는 예고를 했습니다. 그리고 사원들에게 정기적으로 산에 올라 체력을 다져놓으라고 했습니다. 물론 '뭐하려고 그런 것을 하나요.'라는 반발도 있었죠. 하지만 설득시켜 준비를 하도록 했습니다. 결국 직원들의 건강부터 좋아지더군요. 직원들 스스로 체력관리를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강인한 체력을 다지기 위해서는 정신력이 필수죠. 이번 행사 진행을 통해 조직이 변한 걸 느꼈습니다." (김성한 교보생명 대구지역본부장)

이날 행사에는 모두 260여 명의 직원이 참여했으며, 여직원도 100여 명이 포함됐으나 1명의 낙오자도 없었다는 것.

교보생명 대구지역본부처럼 최근 기업들은 앞다퉈 '조직의 변화를 유도하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CEO가 직접 지점장들을 인솔, 정기적으로 밤을 새워 산을 타는 행사를 연다. KT대구본부도 최근 지사장급 전원이 본부장과 함께 야간산행을 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점장들을 대상으로 '명품 과정'을 개설, 와인강좌 등 평소 익히기 힘든 매너를 습득시키고 있다. '소프트(Soft)한' 변화를 위한 훈련도 필요하다는 것.

이처럼 기업들은 '새로운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기발한 연수행사를 앞다퉈 기획하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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