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 넘는 날, 모기약·맥주 웃는다…기온과 경제

▲ 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각 매장마다 빙과류를 찾는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 식품은 이렇듯 기온의 변화에 따라 판매량이 오르락내리락한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각 매장마다 빙과류를 찾는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 식품은 이렇듯 기온의 변화에 따라 판매량이 오르락내리락한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초여름 무더위가 5월을 덮쳤다. 일찍부터 찾아온 찜통더위로 사람들은 예년보다 더 힘겹게 더위와 싸워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각종 여름 관련 제품들을 내놓은 업체들은 오랜만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처럼 기온은 영업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무시무시한 힘을 가졌다. 특히 식품업체들은 1, 2℃ 차이에 울고 웃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유통업체들은 기온 마케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때 이른 더위 반갑다"

더위 특수를 기대했던 업체들은 올해만큼은 별 걱정이 없다. 때 이른 무더위로 벌써부터 기대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백화점 각 점포의 매출을 집계한 결과, 여름 식품을 비롯한 관련 상품들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일제히 매출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여름 과일인 수박과 참외는 지난해에 비해 각각 8~10%, 15~18% 판매가 늘었다. 여름 대표 냉장식품인 쫄면과 냉면도 7~10%의 증가를 나타냈고 아이스크림과 음료수 등도 지난해보다 5~7% 더 나갔다. 화장품과 슬림형 원피스·미니스커트 등 여성의류, 쿨 스포츠용품 등도 10% 내외의 매출 신장세를 나타났다.

특히 30℃가 넘으면 기승을 부린다는 모기들을 없애기 위한 살충제가 예년과 달리 10% 이상 나가기도 했다. 박준희 동아백화점 신변잡화팀 과장은 "4월 중순부터 여름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의 증가세가 뚜렷하다."며 "각 업체들도 다양한 신상품을 선보이거나 여름 상품 기획전 등을 마련하는 등 기회를 확실히 잡으려고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의 각 매장들도 전반적인 더위 특수를 누렸다. 특히 맥주가 지난해에 비해 15%나 늘어 큰 상승폭을 보였다. 홈플러스 측은 "갑자기 기온이 올라가다 보니 목을 시원하게 축일 수 있는 맥주가 가장 먼저 생각나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가전업계들도 여름 제품들이 일찍 판매 신장을 거두면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김진수 디지털프라자 죽전점 점장은 "에어컨 예약 판매는 지난해에 비해 50% 이상 늘었다."며 "올해는 지난해와 확연히 손님 증가가 눈에 띈다."고 말했다.

◆1℃ 차이에 판매량이 '왔다갔다'

식품은 특히 기온 변화에 민감하다. 심하게 말해 1℃가 오르고 내리는 데에 따라 판매량이 요동을 친다. 이에 많은 식품·유통업체들이 '기온 마케팅'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기온 변화가 식품 판매에 얼마만큼 영향을 줄까.

이에 따른 재미난 조사 결과가 있다. 국내 3천여 기업에 맞춤형 기상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케이웨더에 따르면 과즙음료의 경우 20℃부터 판매가 오르기 시작해 25℃가 넘으면서부터는 1℃ 오를 때마다 20%씩 판매량이 증가한다. 즉 26℃일 때 20℃의 20%가 늘고 27℃일 땐 20℃보다 판매량이 40% 는다는 것. 콜라도 25℃부터 판매가 급증해 1℃ 오를 때마다 판매가 15%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유 같은 유제품은 기온이 상승하면 오히려 판매가 준다. 25~30℃일 때가 20℃ 때보다 평균 8%의 판매 감소를 보인다는 것.

빙과류의 경우 25~30℃일 때는 유지방이 많은 콘류가 잘 팔리는 반면 30℃부터는 얼음이 들어있는 빙과류가 잘 팔린다. 이는 폭염으로 수분이 많고 차가운 것을 소비자들이 우선적으로 찾기 때문이다. 맥주는 21℃부터 판매가 왕성해지면서 30℃가 넘어가면서 판매가 급증한다. 30℃일 때는 25℃ 때보다 판매량이 5% 증가한단다.

편의점 GS25에서도 최근 기온과 판매량의 상관 관계를 발표했다. 지난해 1~6월 각 매장의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하루 평균 기온이 1℃ 오르면 고객이 하루 평균 9명 증가한다.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 등을 찾는 고객과 심야 시간에 공원 등으로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 특히 점심식사를 마친 직원들이 인근 편의점 매장으로 대거 몰리는 것도 원인이다.

일반적으로 아이스크림은 기온이 올라갈수록 판매량이 늘긴 하지만 붕어싸만코 같은 모나카류는 최고 기온이 12℃를 넘으면 오히려 판매량이 감소한다. 반면 튜브류는 1℃ 상승할 때마다 판매량이 30% 이상 증가한다. 음료의 경우는 최고기온이 16℃, 아이스크림은 23℃, 맥주는 26℃인 시점부터 판매량이 급증하고 최고기온이 29℃를 넘어가면 방충제, 물티슈의 판매가 급증한다. 김경환 GS25 마케팅 팀장은 "2001년부터 POS(point of sale)시스템에 날씨 예측과 발주 등을 추가해 기온에 따른 결품을 방지하고 인기 예상 상품은 출고를 늘리는 등의 기상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국 케이웨더 마케팅 팀장은 "최근 기온이나 날씨 이변이 많다 보니 기업들이 이에 대한 리스크를 분석하고 경영 계획을 수립하려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엔 단순히 기상 정보만을 활용하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날씨에 따른 리스크를 계량화해 이를 영업에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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