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궁창으로 변한 '대구 젖줄' 금호강 습지

오·폐수 쏟아져 악취…붕어 찾기 힘들어

▲ 대구 서변대교 부근 금호강 가장자리 습지가 본류 물이 유입되지 않아 심한 악취를 풍기며 썩어가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대구 서변대교 부근 금호강 가장자리 습지가 본류 물이 유입되지 않아 심한 악취를 풍기며 썩어가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3일 대구시 북구 침산동 금호강 지류에 위치한 자연형 습지대. 이곳은 코를 찌르는 악취와 함께 물웅덩이 바닥이 시커먼 찌꺼기로 뒤덮여 있었다. 물억새, 부들, 갈대 등 수생식물들이 오염된 물에 노출돼 썩어가고, 물속은 녹색의 부유물질이 가득해 더러운 물에서도 잘 견딘다는 잉어나 붕어조차 찾기 힘들었다.

대구의 젖줄인 금호강 습지대가 썩고 있다. 각종 동·식물의 보금자리가 되어야 할 습지대가 오염되면서 환경이 파괴되고 있는 것.

너비 30m에서 길이 154m에 이르는 이곳 습지대의 오염에 대해 환경 전문가들은 배출수 관리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인근 3공단에서 흘러나오는 오·폐수가 배수관을 통해 가까운 신천하수종말 처리장으로 모두 흘러들어가지만 오·폐수의 양이 많거나 비가 올 경우 배출수를 가둬두는 보가 넘치면서 금호강 지류로 흘러들어가 인근 습지대를 오염시킨다는 것.

3일 오후 현장을 조사한 생태지도자 모임인 '푸른세상' 석윤복 고문은 "직경 1.5m 정도 되는 배수관 2개와 높이가 50cm 정도인 보로는 현실적으로 3공단에서 흘러나오는 오·폐수와 빗물을 한꺼번에 받아들이가가 불가능하다."며 "배수관의 폭을 넓히거나 보를 확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구시 관계자들은 배수관이나 보 확장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홍수 등이 발생시 오·폐수가 역류해 되레 도심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구경북 습지 보존연대 이상원 위원장은 "금호강은 다양한 습지와 서식환경을 지닌 곳으로 대구의 입장에서는 낙동강보다 더 중요한 생태자원이자 생태축"이라며 "금호강 주변의 공장과 축사에서 정화되지 않고 흘러나오는 오염물질이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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