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 포럼] 로스쿨 도입은 선진사회로의 지름길

선진사회와 후진사회는 예측 가능한 사회인지 여부에서 그 차이를 찾을 수 있다. 선진사회는 그 구성원이 어떤 경로를 거쳐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는지 여부가 충분히 예측 가능하도록 제도와 시스템이 완비된 사회다. 반면에 후진사회는 제도가 허술하여 구성원이 미래를 예측하고 행동하기 어려운 사회이다. 예측이 가능한 사회일수록 그 구성원은 미래를 합리적으로 계획하고 행동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나, 후진사회는 합리적 계획보다는 운과 사적인 인간관계에 좌우되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사법시험 제도는 학력에 관계없이 시험을 칠 수 있고, 전공에 관계없이 응시가 가능하기 때문에 경쟁률이 불필요하게 높다는 점에서 예측이 불가능한 제도이다. 이로 인한 폐해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통해서 알 수 있다.

홀로 되신 어머니가 아들 형제를 키우고 있었다. 어머니는 삯바느질로 어렵게나마 생계를 유지하며 형제를 교육하였다. 형제는 어릴 때부터 신동으로 이름 나서, 어머니의 희망이요 삶의 전부였다. 형제는 어머니의 노고를 잊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여 차례로 최고 명문 법대에 합격하였고, 사람들은 그 어머니를 복된 어머니라고 부러워하였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불행은 형제가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시작되었다. 1차 시험에 몇 번 합격했으나 아깝게도 2차는 합격하지 못하고 어느덧 나이가 30을 넘게 되었고, 이제는 직장에 취직할 수 있는 기회도 놓치게 되었다. 형제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노력했으나 결국 사법시험에 합격하지 못하였고, 40이 넘은 나이에 오늘도 법서와 씨름하고 있다. 물론 형제는 가정을 가지지도 못하였고, 이를 보다 못한 어머니는 홧병으로 드러눕게 되었다.

위 이야기의 형제는 사법시험을 시도하지 않고 다른 길을 갔었더라면 얼마든지 나은 길을 갈 수 있었을 것이다. 어릴 때에는 수재로서 가정의 희망이던 사람이 사법시험이라는 덫(?)에 걸려 소위 고시낭인이 되어 생을 살게 될 때, 개인과 가족의 불행은 물론이요 국가와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인력 낭비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지 개인의 잘못이나 책임이라기보다는 시험 제도 자체의 잘못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법시험제도의 잘못을 고치기 위해서 마련된 로스쿨 제도는 법조 시스템의 개혁과 예측 가능한 법률가 양성 제도라는 면에서 그 도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로스쿨 제도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나, 중요한 장점 중 하나는 로스쿨에서 교육받은 사람만이 사법시험을 칠 수 있고 시험 합격률도 상당히 높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변호사를 희망하는 사람은 로스쿨에 진학하여 열심히 과정을 이수하고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제까지 법과대학에서는 주입식 법률교육이 이루어졌으나, 로스쿨에서는 토론을 통한 법학 교육으로 살아 있는 법률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미 FTA 체결과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한·EU FTA에서 국내 법률시장의 단계적 개방이 예정되어 있는데,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로스쿨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독일과 일본의 법률시장 개방으로 법률시장의 상당 부분이 외국 법률회사에 잠식된 예를 보더라도, 새로운 변호사 양성 시스템인 로스쿨 제도로 적극 대처해야 한다.

물론, 로스쿨 제도가 가진 단점도 적지 않다. 다른 법체계에 기반을 둔 외국의 제도가 과연 한국에서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점, 현행 법과대학 제도와 비교하여 오랜 교육기간과 많은 수업료가 드는 점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에 비해 로스쿨제도는 변호사가 되려는 사람들이 로스쿨에서 열심히 공부만 하면 변호사가 될 수 있어서 제도의 잘못으로 고시준비생의 인생이 어긋나게 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FTA 체결로 인한 법률시장 개방으로 논리와 법률지식으로 무장된 외국 법률회사가 국내에 진출시 국내 법률시장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로스쿨 제도가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다. 로스쿨 제도의 단점은 운용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맞도록 충분히 조정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지난 10여 년간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제출돼 국회에 계류 중인 법학전문대학원 법안이 6월 임시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되기를 고대하고 촉구하는 바이다.

권종걸 영남대학교 법과대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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