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육 강화가 정부 주도의 일회성 전시 행정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역사교육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돼야 한다.
첫째, 역사는 암기과목이 아니다.
단순한 사실의 암기가 아니라 시간적 흐름의 날실과 지리적·공간적인 씨실이 어우러진 가운데 그 시대를 살아간 인간들의 삶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데 주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주요 역사 개념과 원리를 단순히 암기하기보다 서로 관련지어 이해하고, 다른 사례에 적용해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또한 교과서에 제시된 통계 도표, 지도, 연표, 사진 등은 반드시 이해하고, 신문기사 등을 통해 역사적 개념과 원리를 시의성 있는 주제와 연결하여 현상의 의미를 파악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병자호란 당시 최명길과 김상헌의 실리와 명분 논쟁을 오늘날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와 연관시켜 이해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역사적 탐구력과 상상력을 키우자!
학생들 스스로 역사의 탐정이 되어서 왜 그러한 일이 일어났으며, 왜 그러한 선택을 하였는가를 고민하고 분석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그 시대에 주어진 역사적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력과 문제 해결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김홍도의 '씨름도'와 박지원의 '허생전'을 통해 조선후기 사회·경제적인 변화상을 파악하고, 정조대왕을 같은 시기 유럽의 계몽전제군주와 비교해 볼 수 있는 역사적 판단력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는 통합교과형 논술의 핵심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서울대 3차 논술 예시 문항에서 '개화기 직전 조선 사회의 상황과 오늘날의 세계화 상황에 대한 유사점과 차이점을 설명하라'거나, 오늘의 세계화 상황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 이홍장의 '중체서용론', 후쿠자와 유키치의 '문명개화론', 흥선 대원군의 '양이보국책(攘夷保國策) 유시(諭示)'를 참고해 당시 조선 사회가 당면한 문제에 대한 대책을 묻는 논제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셋째, 현재에 살아 숨쉬는 생생한 역사를 배우자!
역사는 교과서 속에 박제돼 죽어 있는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현재에 살아 숨쉬는 인간들의 총체적인 삶의 모습이다. 이를 학생들이 보다 더 친숙하게 이해하고 다가서기 위해서는 대구 지역사에 대한 체계적인 수업 교재 개발과 학부모, 학생이 함께 참여하고 느낄 수 있는 문화유산 체험학습 프로그램 등의 개발이 필요하다. 달서구 지역의 지리적 환경을 통해서 청동기시대 배산임수의 주거환경을 이해한다거나, '신증동국여지승람'속에 나타난 조선시대 대구 지역의 형세, 인물, 풍속, 산물 등을 통해 인문지리적 이해를 도울 수 있다. 대구사범(현 사대부고)의 반딧불회와 대구상고(현 상원고)의 태극단회 등을 통해 일제시대 항일 학생운동을 가르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대희(대건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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