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가야산과 낙동강 지류 하천의 비옥한 토지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성주는 안타깝게도 전국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300년 전 고택이 현존하고 세종대왕자태실이 보존돼 있는 등 각종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고 먹을거리가 즐비하지만 의외로 관광 명소로 주목받지 못했던 것.
'어서 오이소'팀은 그동안 숨겨졌던 성주의 역사와 맛을 찾아 여행을 떠났다. 보물과 천연기념물 등 국가문화재와 지방문화재 등 문화유산 63점과 197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가야산의 풍광은 보는 이들의 넋을 빼앗기 충분했다. 또 일본과 홍콩 등 아시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성주 참외 역시 관광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맛을 선사했다. 숨겨진 성주, 그 비밀의 땅으로 떠나보자.
?한개마을 전통가옥 기행
'큰 나루'라는 뜻을 가진 한개마을은 500년 전통의 성산 이씨 집성촌이다. 마을 뒷산 영취산의 줄기가 마을을 감싸고 나루를 낀 하천이 마을 앞을 흐르고 있어 과거부터 영남지방 최고의 길지로 일컬어졌다. 조선시대 건축양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한개마을에는 현재 가옥 60여 채가 남아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이 경북민속자료 또는 문화재로 지정된 곳으로 높은 보존 가치를 지니고 있어 관광명소일 뿐만 아니라 건축사 연구의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이 중 북비고택과 진사댁 등 대표적인 10여 곳의 고택은 꼭 둘러봐야 할 필수코스.
사도세자의 호위 무관이었던 이석문이 1774년 지은 북비(北扉)고택은 충절이 담긴 역사 속 집으로 유명하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자 이석문은 그를 그리워하며 한양의 방향인 북쪽으로 사립문을 내고 은둔 생활을 하며 사도세자를 그리워했다고 한다. 북쪽으로 난 사립문이란 북비고택의 이름도 이렇게 지어졌다.
이 외에도 진사댁, 교리댁, 하회댁 등 300년 전의 전통 가옥을 볼 수 있으며 가옥을 둘러싼 담장 역시 문화재로 지정될 정도로 향토 문화의 우수성을 나타내고 있다.
?태실(胎室)의 본고장 성주
성주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태실(왕 자손의 태반을 묻어두는 곳)이 집중된 곳으로 태종, 세종대왕자, 단종 등 3기의 태실이 모여 있다. 특히 18기의 세종대왕자 태실과 단종의 태실이 모셔져 있는 성주 월항면 인촌리는 전국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길지(吉地)로 알려져 있다. 태실로 지정되기 위해선 땅이 반듯하고 우뚝 솟아 공중을 받치는 듯해야 하며 산 자가 좋아하는 양지여야 하는 등 풍수지리상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 했던 것. 더욱이 태아에게 생명력을 부여했던 태를 귀중하게 여긴 '장태의식'이 발달한 조선시대에는 전국을 샅샅이 뒤져 명당 중의 명당을 태실로 선택했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태실은 태반이 담긴 항아리를 묻은 지하와 기단석, 중동석, 개첨석을 얹은 지상으로 나눠져 있다. 세태(洗胎)한 태반을 술로 소독한 다음 내항과 외항에 겹겹이 담은 후 태 주인공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음각해 땅 속에 묻어 지하를 형성하고 그 위에 비를 세웠던 것.
현재 세종대왕자태실에는 원형만 복원돼 있을 뿐 실제 태항아리는 경기도 고양의 서삼릉으로 옮겨져 있다. 또 세조의 태실 앞 비석은 흉하게 긁혀 비문을 전혀 읽을 수 없다. 풍문에는 단종을 죽이고 왕이 된 세조를 미워한 백성들이 오물을 붓고 돌로 갈아 비문을 알아볼 수 없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이 빚어낸 특산품, 성주 참외
가야산의 깨끗한 물과 낙동강의 비옥한 토지, 그리고 적절한 기온으로 자란 성주 참외는 전국 참외 생산량의 67%를 차지하고 있다. 초봄인 2월부터 늦가을 10월까지 나오는 참외는 성주 농가의 90%가 재배하는 특산물로 6월과 7월에 최고의 당도를 나타낸다. 특히 벌꿀을 이용해 자연 수정한 성주 참외는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엔 일본과 홍콩, 말레이시아에까지 수출돼 성주의 효자 특산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성주 참외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면서 성주군은 참외생태학습원을 만들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생태학습원은 삼국시대부터 생산되기 시작한 참외의 역사와 재배방법, 참외로 만든 음식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곳에서 꼭 챙겨갈 정보는 참외 고르는 법과 참외의 효능. 참외는 골이 깊게 파이고 짙은 감색을 띠는 것이 최상품이다. 또 너무 크지 않고 가벼우며 옆으로 봤을 때 선이 반듯한 것이 당도가 높다.
참외는 소화가 안 될 때 약으로 복용할 정도로 소화작용에 뛰어난 효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섬유질이 많아 변비에 특효가 있어 여성들에게 좋은 평판을 얻고 있다. 단, 참외는 찬 기운이 있는 과일이므로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는 것은 삼가야 한다.
?가야산 농촌 마을 체험, 백운동 중기마을
폐사가 된 법수사 절터를 끼고 있는 중기마을은 가야산 해발 600m 고지에 위치해 있다. 갖은 설화와 절터 유물들이 산재해 있는 마을은 지난 2002년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돼, 역사와 문화를 함께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특히 표고버섯 농장을 들러 버섯을 따고 성주의 특산물로 참외 장아찌를 만드는 등의 농촌 체험은 성주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여행의 백미를 제공했다. 또 황토볼 지압체험 역시 여독을 풀어주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이 외에도 관광객들이 직접 오디를 따거나 댓잎차를 만드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끔 돼 있어 눈으로 보는 여행이 아닌 몸으로 체득하는 체험의 장이 됐다.
* 이번 주 여행 코스: 대산리 한개마을->월항면 인촌리 세종대왕자 태실->성주향교->참외생태학습원->가야산 중기마을 농촌 체험->금수문화예술마을->성산리 고분군
* '어서 오이소' 다음(9, 10일) 코스는 '교촌마을 농촌 체험과 소수서원 둘러보기-의성·영주편'입니다.
♠ 경험자 Talk
▷김명환(59·서울 은평구 홍제동)=성주의 문화유산과 관광자원은 미국이나 유럽의 고대 건축물에 뒤지지 않았다. 앞으로 잘 보존하고 홍보해 성주가 관광명소로 거듭나길 바란다. 숙박시설, 음식 모든 것이 좋았다.
▷윤선영(28·여·서울)=성주군민들의 성주 사랑이 인상깊었다. 애향심을 가진 그들의 모습이 관광객들로 하여금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홍연옥 문화유산해설사의 입담을 잊을 수 없다. 다시 꼭 성주를 찾고 싶다.
▷정유환(29·부산)=서울 출발 상품만 있는 것이 아쉬웠다. 지방에서 출발하는 경북 관광 상품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화유산해설사의 자세하고 이해하기 쉬운 설명으로 성주를 많이 배워간다. 기회가 되면 경북의 다른 지방에도 가고 싶다.
▷정태희(55·충북 옥천군)=표고버섯 따기, 댓잎차 만들기 등 생활친화적인 소재를 이용한 농촌 체험 아이디어가 상당히 좋았다. 또 프로그램이 체계적이었고 성주군민들의 따뜻한 배려와 정성이 고마웠다.
♠ 주머니 Tip
청국장 정식-5천500원
가야산 호텔 숙박 및 식사-1일 숙박료 8만 원선, 한정식: 8천~1만 원
시골백숙-2만 5천 원(4인 기준)
농촌체험마을(표고버섯따기, 댓잎차 만들기, 참외장아찌 만들기) 각 5천 원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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