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통신공해

▲ 지안 스님(은해사 승가대학원장)
▲ 지안 스님(은해사 승가대학원장)

현대사회를 정보사회라고 한다. 바야흐로 정보의 홍수 속에 사는 시대가 된 것이다. 거리 곳곳마다 플래카드 천지요, 광고 벽보물 홍수다. 상업광고뿐만 아니라, 각종 모임을 알리는 플래카드, 게다가 각종 유흥음식점 등을 소개하는 전단이 신문지마다 끼어 있고, 직접 사람이 나와 행인들에게 하나하나 건네주기도 한다. '알려야 한다.' '소문을 내야 한다.' 이것이 상업주의의 기본 원칙인 모양이다.

이러한 광고물들은 그래도 사람들의 시선을 어지럽히는 경우는 있어도 부담을 주지는 않아 다행이다. 관심 있거나 필요한 것 외에는 그냥 무심히 넘기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골치 아프고 짜증스러운 것은 휴대전화로 들어오는 각종 메시지들이다.

이동통신이 발달하면서 성인들은 물론이고 초등학생인 어린이들까지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다니는 시대가 되고부터 뜻하지 않던 사회적 공해가 발생한 셈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울려대는 휴대전화 소리를 듣고 열어보면 발신자가 뜨지 않는 이상한 전화가 와 자동 녹음된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때가 있고, 카드결제를 신청하라는 문자 메시지도 귀찮을 정도로 들어온다. 한때는 '당신을 찜했으니 빨리 연락 달라.'는 불량한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휴대전화 수신은 그렇다고 열어보지 않고 그냥 둘 수도 없다. 문자로 들어온 건 받지 않으면 거듭 진동소리를 내며, 전화로 들어온 것도 혹 연고가 있는 아는 이로부터 왔는가 하고 궁금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모두 사회의 도덕적 건강이 약해지는 악폐일 뿐인 이런 일에 공연히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니 이것 역시 사회적 병리현상임에 틀림이 없다.

인터넷을 통해 채팅을 주고받던 사람끼리 자살 동호회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터무니없는 댓글을 써대는 통에 악플 노이로제에 걸린 연예인들도 있다는 소문도 났다. 이솝 우화에 연못가에 앉아 무심이 못 속으로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의 사소한 부주의가 남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오늘날의 사회 문화가 너무 천박해지고 있다는 증거가 통신공해 속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종교에서는 삶에 대한 진지성과 경건함을 곧잘 강조한다. 또한 사람이 자기의 인생에 기울이는 정성의 도수가 적정수준에 올라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성의 없는 삶이란 있을 수 없다. 생에 대한 외경심, 이것이 있어야 인생의 낙제점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지안 스님(은해사 승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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