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떠나자! 삶의 터전속으로)육지 속의 섬마을-예천 회룡포

태백산 능선의 수많은 산자락에 둘러싸여 유유히 흐르던 내성천(낙동강의 지류로 봉화에서 발원하여 영주, 예천을 거쳐 백포나루에서 낙동강에 합류)이 산을 부둥켜안고 용틀임을 하는 듯이 휘감아 돌며 빠져나가는 특이한 지형을 형성하는데 이곳이 회룡포이다. 회룡포는 한 삽만 뜨면 섬이 되어버릴 것 같은 아슬아슬한 물도리 마을로, 맑은 물과 넓은 백사장이 어우러진 자연경관을 자랑하며 전국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육지 속의 섬마을'이다.

나룻배가 아니면 접근하기 힘들어 한국전쟁을 피해갈 정도로 한적한 곳이었다. 구한 말 의성 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면서 의성포란 지명을 얻었으나 의성군으로 착각하는 관광객들이 늘자 예천군에서는 1999년에 의성포를 둘러싼 회룡마을과 용포마을의 첫 글자를 따서 회룡포로 부르게 되었다.

회룡포와 같이 하천의 물길이 하방 및 측방침식을 하면서 형성된 하천지형을 감입곡류천(하천의 지반이 융기를 하여 침식작용이 활발해질 때 생기는 하천으로, 산지나 고원지대에 깊은 골짜기를 이루면서 곡류한다.)이라 하는데, 내성천 및 낙동강 상류 일대에 잘 나타난다. 이 지역은 기반암(하얀 모래사장으로 보아 모암이 화강암일 듯)의 특성상 사력 쇄설물의 공급이 풍부하여 비교적 하폭이 넓고 사질 포인트 바(하천의 공격사면 맞은편에 모래, 자갈 등이 퇴적된 곳)가 잘 발달한다.

하천의 공격으로 형성된 가파른 절벽은 산과 물이 어우러진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준다. 대표적인 곳이 하회마을의 부용대와 이곳의 회룡대이다. 마을로 들어가기 전에 회룡포의 특이한 지형과 동화 속에 나올 법한 마을의 전경을 한눈에 보기 위해서는 회룡대(회룡포 전망대)에 올라야 한다.

2000년도에 방영되었던 KBS 인기드라마 '가을동화'의 초기 배경이 회룡포와 용궁면 소재지여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 회룡포 Q&A

▷마을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기반암의 특성에 따른 지속적인 차별 침식과 퇴적 작용으로 이러한 지형이 형성되며, 공격 사면에 해당하는 지형은 계속적인 침식을 받아 후퇴하고 그 반대쪽은 퇴적이 이루어지는데 홍수 시에 그 현상이 심하다. 따라서 먼 미래에 회룡포도 곡류 절단(곡류하천에서 공격사면이 끊어져 하천이 연결됨)으로 '육지속의 진짜 섬'이 되지 않을까? 이러한 지형에서 마을은 범람 시 홍수를 피할 수 있는 자연제방에 입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대부분의 마을은 자연제방을 더 견고히 하기 위해 인공제방을 축조하고 그 위에 인공 조림을 한다. 이곳 회룡포는 단구면(침식과 융기의 반복 작용으로 형성된 계단상의 지형) 위에 마을이 입지했고, 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 인공제방을 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물돌이 마을로는 이곳 회룡포와 영주의 수도리 무섬마을, 안동의 하회마을이 등이 대표적이다.

▷회룡포 마을은 어떤 모습일까

회룡포 마을에는 7, 8년 전만 해도 20여 가구가 살았으나 지금은 9가구에 20여 명으로 대부분 55세 이상의 고령자가 거주하며, 경주 김씨 동성만 거주하고 있다. 마을의 농경지는 5만 평 정도로 몇 년 전에는 수박이 토질에 맞고 당도가 높아 많이 재배하였으나 노령으로 힘에 부쳐 현재는 고추와 벼농사로 전환하고 있다.

1997년부터 관광지로 개발했으며 2004년부터 생태체험 관광지로 조성하기 위하여 예천군에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외형적으로 보기에 마을은 조용하고 한적한 농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과거에는 마을 곳곳에 아름드리 노송이 100여 주 있었으나 생활이 어려워 농경지로 조성하기 위해 모두 베어버렸다고 한다. 현재는 마을 곳곳에 쉬어갈 수 있는 원두막이 조성되어 있고, 제방 둑길에는 배나무, 복숭아나무, 사과나무, 소나무를 심어 산책로를 조성해 놓았다. 몇 년 후에는 유유히 흐르는 내성천과 하얀 백사장 그리고 산책로의 나무들이 어우러져 멋진 대화의 장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 주변에는 이런 곳도 있어요

▷뽕뽕다리(아르방다리)

회룡교를 건너 좌회전하여 1.2㎞가면 나타나는 회룡포 마을로 진입하는 다리이다. KBS 드라마 '가을동화'의 준서와 은서가 어린 시절 놀던 곳으로 다리를 건너는 것이 하나의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여벌옷이 준비되었다면 아이들과 함께 강물에 빠져도 위험하지는 않다. 운이 좋다면 바닥의 모래도 보인다. 무척 아름답고 고요한 곳으로, 비교적 견고하여 두 사람이 마주쳐도 건널 수 있다.

▷장안사와 회룡대 그리고 봉수대

장안사는 회룡교를 건너 우회전하여 0.9㎞ 경사진 길을 올라가면 나타나는데, 초보운전이라면 권하고 싶지 않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뒤 국태민안을 염원하여 전국 세 곳의 명산에 장안사를 세웠는데, 금강산과 양산 그리고 이곳 국토의 중간인 용궁 비룡산이다. 일찍이 고려의 이규보 선생이 머무르면서 글을 지었고, 지역의 많은 인물들이 원을 성취하고 밖으로 역량을 발휘하기도 한 유서 깊은 도량이다.

회룡대는 장안사에서 15분 정도 걸어 오르면 나타나는 회룡포 전망대이다. 끊어질 듯 이어져 있는 마을의 전체 모습을 보기 위해 조성해 놓은 것이다. 회룡대에서 얼마 걸리지 않는 비룡산 정상에 봉수대가 있는데, 과거에 통신 수단이 없었던 관계로 잘 보이는 산봉우리에 설치했다.

▷초간정과 용문사

예천에서 지방도 928번(용문면 방향)을 따라 11㎞ 가면 좌측에 초간정이라는 정자가 보인다.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는 '대동운부군옥'을 지은 초간 권문해의 정자로, 계곡의 흐름과 바위와 노송이 함께 어울리는 곳에 위치해 있다. 여름 한철에만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시원하다 못해 한기가 감도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이곳에서 용문사까지는 약 4㎞이다. 용문사는 소백산 기슭에 위치하며, 이 고장 출신 두운선사가 신라 경문왕 10년(870년)에 창설한 고찰이다. 윤장대(보물 제684호), 목불자상과 목각탱(보물 제989호), 대장전(보물 제145호), 용문사 교지(보물 제729호) 등의 문화재가 있어 불교문화의 이해에 좋은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사찰의 규모가 크고 경사지에 조성하여 자연친화적으로 보이며 주변의 풍광과 잘 어울리는 건축물의 배치가 돋보이는 사찰이다. 윤장대를 돌리려면 오후 5시 전에 도착해야 한다.

▷진호 국제 양궁장

예천읍내에서 34번 도로 따라 안동방면으로 4㎞ 가면 우측에 나타난다. 잔디가 잘 조성되어 있고 국제 대회도 치를 수 있는 규모이다. 예천은 수천 년 전통의 한국 궁술의 맥을 잇는 활의 고장이다. 전국 활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며, 활과 활쏘기를 사랑한 이곳 사람들은 '걸음마를 배우면 활을 잡고, 천자문을 깨칠 때면 시위를 당긴다.'고 한다. 이곳은 월~금요일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매주 화·금요일 무료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어 일반인 누구나 직접 체험할 수 있다.

권태기(영남삶터탐구연구회, 심인중 교사)

참고자료 : 삶터탐구활동 길잡이(대구남부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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