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계명대 성서캠퍼스 동문 부근의 한 건물 4층에서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는 권기성(37) 씨는 4일 출근 후 화장실에 갔다가 말문이 막혔다. 변기밸브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 혹시나 하는 마음에 2, 3층 화장실도 확인했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 건물에서 사라진 밸브는 모두 3개, 1개는 뜯어가려다 실패한 듯 심하게 훼손돼 있었다. 권 씨는 "아무리 알루미늄 값이 비싸다지만 변기 밸브까지 가져가는 것을 보면 정말 경기가 안 좋은 모양"이라며 혀를 찼다.
시민들의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지면서 돈이 된다 싶으면 무조건 들고가는 '묻지마 절도'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공공기물인 맨홀 뚜껑, 등산로 안전용 펜스 등에서부터 심지어 화장실 변기 밸브까지 재질이 스테인리스, 알루미늄 등 소재라면 어김없이 절도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
지난달 22일에는 대구 북구 침산동 침산공원 산책로 입구에 설치돼 있던 15m 길이의 스테인리스 펜스가 기둥 부분만 남은 채 사라졌다. 북구청은 250여만 원을 들여 보수한 뒤 또다시 펜스가 사라질까봐 야간순찰 강화에 나섰다. 1월 말에는 대구 달서구 두류3동에서 맨홀 뚜껑 7개가 잇따라 없어졌고 지난해 말에는 달서구 내 10개 공원 화장실에서 20여 개의 변기 밸브가 사라져 관할 구청이 특정 시간대에 한해 2개월 동안 임시 폐쇄하기도 했다.
구리전선 등도 표적이다. 지난 2월에는 구리전선을 훔치려던 50대가 감전사했고, 달서구 장기동 한 고물상에선 구리전선과 동파이프 등 구리 2천㎏(시가 1천200만 원 상당)을 도난당하기도 했다.
같은 현상은 최근 원자재의 수입가격이 오른 이유도 있지만 처분하기 쉬운 것도 한몫 하고 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고철 전문 절도범들이 훔친 물품들을 처분하는 경로가 워낙 은밀해 쫓기가 쉽지 않다."며 "또 증거물인 금속들을 기계로 곧장 녹여버리면 입증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현행법에는 공용물품을 훔치다 적발되면 6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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