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집권 끔찍하다.'는 등과 같은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 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 특강 독설(毒舌)에 한나라당이 발끈해 선거관리위원회에 노 대통령을 5일 고발함으로써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를 두고 연말 대선을 앞두고 첫 승부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많다.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반발과 정치권의 비판이 거셀 것을 뻔히 알면서 '정치연설'을 한 이유를 두고 온갖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에 걸린 대통령이 아니라 논의의 중심에 서려는 생각에서 의도적으로 한 발언이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 대통령이 첨예하게 각을 세운 대상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다. 대선주자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노 대통령이 이 전 시장의 최대공약인 대운하를 두고 '그 놈의 헌법 때문에…' 토론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한 데 이어 천호선 대변인이 3일 "토론할 수 있다."고 논의를 이어 갔다. 천 대변인은 "이 전 서울시장이 마치 나라의 어른이나 된 것처럼 훈계하듯 말하고 정책 토론의 본질을 피하려고 해선 안 된다."고 이 전 시장을 또다시 긁었다. "현직 대통령과 앞으로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분들 사이에서 국정 운영 전략이나 정치를 둘러싸고 토론할 수 있고 또 토론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노 대통령의 이러한 토론 주장에는 자신감이 묻어 있다. "앞으로 토론이 본격화되면 밑천이 드러날 것"이란 참여정부평가포럼 연설이 그 배경으로 읽힌다. 경부대운하의 경우 건설교통부 등이 참여해 만든 경제성이 없다는 자료도 갖고 있다.
천 대변인은 건교부 등의 대운하 타당성 조사 논란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고 오히려 잘한 일"이라며 타당성 조사 중간보고서를 보고받았다고 했다.
청와대 정무팀도 청와대 브리핑에 글을 올려 노 대통령을 엄호했다. 정무팀은 "대통령의 발언은 국정 최종책임자이자, 정치인으로서 야당의 공세에 대한 의견 개진이자 반론"이라며 "대통령의 정치, 정책, 선거에 대한 일반적 의견개진이나 의사표시는 선거법 58조에서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이 친노(親盧) 대선주자를 제외한 야당과 범여권 대선주자를 공격해 논의의 중심에 서려는 시도는 일단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을 선관위에 고발했고 각 주자들도 발끈하며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이러한 독설이 노 대통령이 생각하는대로 정치적 이득만 있을지, 아니면 치명상으로 돌아올지 여부는 현재로선 가늠하기 힘든 상태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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