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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보상 벼락부자 셋중 2명 '재산 줄거나 모두 날리거나'

매일신문 탐사팀 조사…대부분 가정불화나 불안감도 호소

10여 년 전 토지보상금이라는 '돈벼락'을 맞은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기획탐사팀은 대구 북구 칠곡, 달서구 성서, 수성구 시지, 동구 안심지역에서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대규모 택지개발로 토지보상금을 받은 주민 30명의 삶을 추적해 과거와 현재 생활을 비교해봤다. 당시로는 '엄청난 돈'인 5억~30억 원씩의 보상금을 받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했다.(1990년 대구의 30평형대 새 아파트 가격이 4천만 원 정도였다.)

이들 가운데 보상금을 받은 후 재산을 불리거나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9명(30%)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오히려 재산이 줄었거나 모두 날린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임대아파트·전세방 등에서 어렵게 살아가거나 은둔생활을 하는 이도 10명이나 됐다.

재산을 불린 사람들은 보상금으로 대체농지 및 아파트 구입, 건물 신축 등 부동산 투자에 성공한 사례가 많았다. 반면에 재산이 줄었거나 날린 이들은 사업 및 주식투자 실패, 사기 피해를 입었으며 재산분배로 인한 가족 간 반목도 적지않게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재산 탕진 유무에 관계없이 가족 간 불화, 불안감을 겪는 등 보상금 부작용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성서택지개발로 보상금 5억 원을 받은 A씨(65) 는 "토지 보상금이 나올 때는 '행운'이 찾아온 줄 알았지만 그 후 재산 분배를 놓고 부모 자식 간에 원수가 된 집이 한둘이 아니다."고 했다. 칠곡택지개발로 20억 원대의 토지보상금을 받은 B씨(84)는 자식들 간의 보상금 '전쟁'으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지금은 4천만 원짜리 전세방에서 초라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남양우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기획홍보팀장은 "갑작스레 부자가 되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쉽게 돈을 벌었다는 생각에 체계적인 투자보다는 일확천금을 기대하는 마음이 앞서 재산운용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기획탐사팀=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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