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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나? 내 아파트의 미분양…아파트 할인 '겉과 속'

▲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면서 주택업체들이 계약금 정액제, 중도금 무이자 융자 등 각종 할인 조건을 내걸고 계약률 끌어올리기에 나서고 있다. 달서구 월배 지역 모델하우스마다 경쟁적으로 내걸린
▲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면서 주택업체들이 계약금 정액제, 중도금 무이자 융자 등 각종 할인 조건을 내걸고 계약률 끌어올리기에 나서고 있다. 달서구 월배 지역 모델하우스마다 경쟁적으로 내걸린 '계약 조건 변경' 현수막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아파트 할인 경쟁, 불공정 거래인가 정당한 판촉일까.'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과 공급 과잉 현상이 맞물리면서 주택업체들의 미분양 아파트 판촉을 위한 '할인 경쟁'이 갈수록 달아오르고 있다. 계약금 할인이나 중도금 무이자 융자, 발코니 확장 등으로 시작된 '조건 변경' 경쟁은 이제 입주 후 잔금 이월, 프리미엄 보장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업체들 주장을 빌리면 이러한 조건 변경은 단지별로 수억에서 수십억 원씩 사업 이익을 까먹는 '더이상 벗을 수(?) 없는' 조건들.

당연히 '분양가 할인'은 내집 마련을 기다려온 수요자들에게는 몇 년간 오르기만 하던 분양가 인하 효과가 있는 만큼 반길 만한 일이지만 초기 분양을 받은 계약자들에게는 '조건 변경'이 상대적인 손해로 여겨질 수있어 반발도 일고 있다.

아파트 분양 가격 조건 변경, '겉과 속'을 들여다보자.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할인 혜택

올 들어 각 주택회사 영업부의 가장 중요한 일과는 '조건 변경을 통한 미분양 해소책'을 위한 회의와 보고서 마련이다. 초기 계약이 떨어지고 미분양이 쌓이면 현장 공사를 진행하는 업체로서는 상당한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입주시까지 미분양 물량이 많으면 시행사 지급 보증을 선 시공사 입장에서는 사례에 따라 심각한 자금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어 회사 사운을 걸어야 하는 상황. 주택회사 관계자들은 "초기 분양에 실패한 뒤 1년 정도 지나도 소비자 반응이 없으면 마이너스 게임으로 접어들게 된다."며 "사업 이익이 얼마나 줄까가 아니라 적자 사업장을 면하거나 손해 규모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빠져든다."고 밝혔다.

업체들이 내세우는 할인 판매 조건은 크게 3가지.

첫번째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중도금 무이자 혜택 적용과 발코니 무료 확장으로 3억 원 아파트의 경우 중도금(분양가 60%) 이자로 2천 만 원 이상, 발코니는 1천만~2천만 원까지 혜택을 볼 수 있다. 뒤를 잇는 조건은 올 들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계약금 정액제. 평형별로 1천만 원에서 2천만 원 정도 내걸고 있으며 분양가 5억 원짜리 아파트 정상 계약금 1억 원(20%)을 가정한다면 계약 후 입주때까지 30개월 동안 1천만 원 이상의 할인 혜택을 받게 된다.

마지막은 입주 때 프리미엄 보장과 입주 후 잔금 이월.

말그대로 프리미엄제는 입주 때 프리미엄이 붙지 않으면 주택업체에서 손해를 보전해주는 '보험성 할인혜택'이며 잔금 이월은 입주 후 6개월에서 1년 이후 잔금(20~30%)을 납부하는 '전세부 계약 조건'이다.

만약 수성구에서 분양하는 6억 원 아파트에 위의 조건이 다 적용된다면 할인 폭은 최대 5천만~7천만 원까지 올라가게 된다.

◆기존 계약자는 봉(?)

신규 아파트 판매 할인 조건이 파격적으로 될수록 내집 마련에 나선 계약자는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그러나 계약일 몇 달 차이에 최소한 1천만 원 이상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탓에 기존 계약자로부터는 불만을 살 수밖에 없는 상대성을 띠고 있다.

실제 대구 지역 내 일부 단지에서는 기존 계약자들이 동일한 할인 혜택을 주장하며 시공사를 상대로 민원을 제기하고 있고 업체들도 형평성 문제 등으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주택업체들의 기본 입장은 '백화점 바겐세일처럼 아파트도 팔리지 않으면 할인을 할 수 있다.'는 논리. 즉 시장 경제 원칙에 따라 재고가 쌓여 사업 이익을 포기하고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만큼 기존 계약자에게 폭리를 취하는 구조와는 엄격히 다르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분양 대행사 리코의 전형길 대표는 "현재까지 업체들이 내세우는 조건 변경은 원칙적으로 원금 할인은 전혀 없다."며 "아파트 판매 구조가 선 계약 후 입주인 만큼 여기에 따르는 금리 부담을 업체들이 떠맡는 조건인 만큼 연말 자동차 금리 할인 혜택과 비슷한 개념으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구보다 분양 시장이 더욱 어려운 부산 지역처럼 원금 할인까지 나오게 된다면 기존 계약자의 반발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할인 혜택 겉과 속은

단순 할인처럼 보이지만 아파트 조건 변경에도 부동산 시장 논리가 그대로 녹아있다. '조건 변경'이란 말이 뜻하듯 업체들은 초기 계약 이후 미분양 판매에 나서면서 더욱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게 된다. 조건 변경에 나서는 시기는 단지나 업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통상 3개월에서 6개월 사이며 1년이 지나도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 '할인폭'이 더욱 커진 2차 조건 변경이 나오게 된다.

따라서 마지막 계약자가 최대 수혜자가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일 단지내'에 있는 층, 향 프리미엄을 반영한다면 이러한 공식이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렵다.

SD 건설 금용필 영업 이사는 "조건 변경 대상은 통상 5층 이하 저층이나 동향 등 선호도가 떨어지는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며 "업체들이 초기 계약률 50%가 넘은 뒤 조건 변경에 나서는 이유도 이때가 되면 로열층 계약이 완료된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입주후 평형별로 차이가 나는 '로열층 프리미엄'을 감안한다면 할인 혜택은 계약자나 시공사로 볼 때 서로 이해가 맞는 부분이란 논리다. 실제 지난달 분양한 주상복합 아파트인 달서구 감삼동 대우 월드마크 웨스트 엔드의 경우는 아예 1층부터 옥상층까지 층별로 가격을 다르게 제시, 분양 가격 차이가 층별로 최대 20% 이상 벌어지고 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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