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쇠고기, 제대로 알고 먹자

'한우를 먹고 싶다면 '이 고기 국내산 맞아요.'라고 물으면 안됩니다. '이 고기 한우 맞습니까?'라고 물어야 합니다.'

방송인 손범수씨가 출연하는 한우광고 장면이다. 국내산 쇠고기는 한우를 비롯해 젖소고기, 육우고기(6개월 이상 국내에서 사육된 수입 생우에서 생산된 고기)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한우란 국내산 중에서도 한우에서 생산된 고기를 말한다. 이런 광고까지 등장한 배경에는 '국내산=한우'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있기 때문이다.

◇ 쇠고기 유통실태

'생산된 한우는 100마리인데, 시중에는 170마리가 돌아다닌다.'

한우 생산농가와 유통업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떠도는 말이다. 가짜 한우가 '한우'로 둔갑돼 판매된다는 것이다. 전영한 전국 한우협회 경북도지회 회장은 "유명 식당 중에도 수입고기를 섞어 파는 곳이 있다. 생산과 유통 관계자들은 대부분 아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국내 쇠고기 시장의 유통은 그다지 투명하지 않다. 전국 한우유통 감시단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전국 정육점 2천 408곳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등급 판정서 미비치 590곳, 등급 미표시 285곳, 원산지 미표시 182곳, 쇠고기 품종 미표시 132곳, 젖소를 한우로 판매한 곳이 12곳이었다. 또한 수입산이 한우로 둔갑한 곳, 2등급 소가 1등급으로 표기된 곳, 1등급 소가 1+ 등급으로 표시된 곳도 적발됐다. 소비자들이 한우로 알고 사 먹은 고기 중에 상당수가 한우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식당의 원산지 표시상황은 정육점 보다 더 나쁘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올해 4월 전국 대형 식당 620곳을 상대로 원산지 표시여부를 조사한 결과 87곳이 원산지 미표시 업체로 적발됐다. 단순 수치로 보면 원산지 표시가 그런 대로 되는 듯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전영한 한우협회 지회장은 "올해부터 매장면적 300㎡(90평) 이상 쇠고기 구이집에서는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전국 쇠고기 식당 4만 4천여 개 중에 90평 이상 대형 쇠고기 식당은 4천 200여 개로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고 했다. 중소규모 식당에서 원산지 표시를 하든 않든 별 대책이 없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해 여정수 경북한우 클러스트 단장은 "식당의 규모와 상관없이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해야 한다. 수입쇠고기의 가격은 한우의 1/3이다. 이걸 한우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것은 상도덕에 어긋난다. 법적인 제재와 국가적 시스템을 확립하면 한우를 지킬 수 있고, 한우농가의 소득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한우 vs 수입소 무엇이 다를까?

한우와 수입쇠고기는 무엇이 다를까? 전문가가 아니면 쇠고기 색깔이나 부위별 특징으로 한우와 수입고기를 구분하기 어렵다고 한다. 두 고기를 앞에 놓고 하나씩 맛보지 않으면 웬만해서는 맛의 차이를 구분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그래도 차이점은 있다. 불포화 지방산 중에 단일 불포화 지방산 일종인 올레인산이 많으면 고기 맛이 좋아진다. 한우는 외국산에 비해 올레인산 함유량이 높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익숙하다는 점이 차이라고 할 수 있다.

한우와 수입고기는 생산환경은 다르다. 한우는 대체로 사육장에서 곡물 사료를 이용해 키운다. 한국과 미국, 캐나다 등에서 선호하는 방법이다. 반면 호주와 뉴질랜드, 남미 지방에서는 목초지대에 소를 방목해 키운다. 호주산은 목초위주이지만 한국인 입맛에 맞추기 위해 곡물을 먹여 생산하기도 한다.

◇ '이력추적 시스템'으로 한우 지킨다

현재 시장 점유율로 보면 한우는 30% 정도에 불과하다. 시장에 나온 쇠고기 중 70%는 한우가 아니라는 말이다. 대충 한우인 줄 알고 먹었다면 한우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우임을 확인하고 먹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로서는 업주의 양심을 믿을 수밖에 없다. 한우 고기 값을 지불하고도 한우 고기를 먹지 못해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답답한 쪽은 소비자뿐만이 아니다. 한우 생산자와 판매자들 역시 진짜 한우를 알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 육우나 젖소'수입산 쇠고기가 한우로 판매되는 바람에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우의 세계적 명품화를 표방하며 농림부와 경상북도, 영남대학교, 전국 한우협회, 지역 축협, 축산농가 등이 함께 참여해 '참품한우'를 개발했다. 참품한우는 '한우이력추적시스템'을 통해 한우의 출생부터 사육, 질병, 잔류항생제 검사, 광우병 검사 등을 거쳐 고품질 명품한우만을 생산, 판매한다. 현재 '참품한우'에는 경북도내 250개 한우생산 농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 중 70%가 50두수 이상을 키우는 대형 한우농가다.

한우협회가 실시하는 한우판매점 인증제도도 한우전문점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올해부터 90평 이상 대규모 식당을 중심으로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도가 시행되면서 나온 제도다. 인증점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최근 6개월 간 판매한 쇠고기가 한우라는 세부 증명자료를 제시하고, 현장심사를 거쳐야 한다. 인증 후에도 수입산, 젖소 등을 섞어 판매할 경우 곧바로 인증이 취소된다.

◇ 고기값 내릴까?

한미 FTA로 미국산 쇠고기가 더욱 값싸게 밀려오면 한우는 어떻게 될까? 많은 사람들이 한우의 시장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여정수 경북한우클러스터 사업단장은 다르게 분석한다.

"현재 시장에서 한우 점유율이 30% 내외인데, 한우 점유율이 점점 올라가는 추세다. 한우 고기와 다른 고기를 구별할 수 있는 시스템만 정착되면 염려 없다. 미국 쇠고기 값이 싸니까, 소비자들이 미국 쇠고기를 많이 찾지 않을까 하는 것은 심리적 우려일 뿐이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쇠고기 중에 70%는 수입산 혹은 육우나 젖소인데, 식당 중에 수입산이나 육우를 판다고 밝히는 곳은 거의 없다. 소비자들은 한우로 알고 먹는 쇠고기 중에는 가짜 한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우와 수입산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시스템이 정착되면 한우 점유율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 수입산이 많이 들어와 있지만 토종 화우가 35%를 점령하고 있다. 우리나라 영세축산 농가들이 위축될 이유가 없다."

한편 미국산 쇠고기 수입제한 이전인 2003년 쇠고기의 시장점유율은 국내산 40%, 미국산 45%, 호주'뉴질랜드산 15%였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제한 후 호주'뉴질랜드산 쇠고기는 40%, 국내산 55%의 점유율을 보였다. 미국산 쇠고기의 빈자리를 한우와 호주'뉴질랜드산이 골고루 차지한 편이다.

전영한 한우협회 대구'경북도지회 회장은 유통과정을 개선하면 한우의 가격 경쟁력도 있다고 말한다. 전 회장은 "한우는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만큼 비싸지 않다. 유통과정이 문제다. 대구시내 유명 식당의 경우 꽃 등심 1인분(약 110g 기준)에 2만원∼2만 5천원을 받지만 군위, 문경, 안동, 상주 등 생산지에서는 1kg에 4만∼4만 5천원 정도다."라고 했다.

◇ 고기 고를 때 주의할 점(자료: 농림부 )

- 우선 사고자 하는 부위명과 용도를 구분해야 한다. 장조림, 산적, 찜, 불고기를 원한다면 근육이 발달된 앞다리, 다리오금에 붙은 사태, 뒷다리쪽 설도, 우둔 등이 좋다. 구이나 스테이크를 원한다면 운동량이 비교적 적은 등심, 안심, 갈비 등 지방조직이 잘 발달해 육질이 연한 부위가 좋다.

- 고기의 등급을 확인해야 한다. 쇠고기는 1++, 1+, 1등급(이하 2등급, 3등급, 등외)을 고급육으로 친다. 등심, 안심, 채끝, 양지, 갈비 등은 등급표기가 의무적이지만 나머지 부위의 등급 표시는 판매업소 자율이다. 육안으로 좋은 고기를 고르려면 살코기 속에 흰 빛깔의 지방(마블링)이 고루 박혀 있고, 진열상태에서 진홍색을 띠는 게 좋다. 암적색을 띠는 고기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고기일 가능성이 크다. 색이 창백한 고기는 육즙이 많이 흘러나와 물컹거리는 고기일 가능성이 높다. 지방이 희고 단단할수록 건강한 고기일 가능성이 높다.

- 가격 및 원산지(한우, 국내산, 수입육)와 품종을 확인한다.

- 얼리지 않은 냉장육인가 확인한다. 보통 보관 온도가 영하 1∼영하 4도라면 냉장육, 영하 20∼영하 10도는 냉동육으로 분류한다. 쇠고기는 도축 후 4도에서 7∼14일 냉장 숙성시킨 것이 좋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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