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으뜸농장] (27)청도 대흥농산

▲ 생육기간을 끝내고 집하장으로 들어오는 팽이를 선별하고 있다.
▲ 생육기간을 끝내고 집하장으로 들어오는 팽이를 선별하고 있다.

"설비 갖추기가 왜 그렇게 힘드는지, 종균 배양 등 기술 개발은 왜 그렇게 더디기만 한지…. 밤잠을 잊고 매달렸지요. 수십 번의 시행착오 끝에 최첨단 자동화 시설로 체계적인 생산관리 시스템을 구축했을 때가 지금도 기억에 선명합니다."

청도 풍각면에서 창녕 방면으로 20번 국도를 타고 가다 만나게 되는 흑석리 마을. 여느 시골마을과 다름없이 조용하기만 한 곳이지만 이 마을 주민들은 '3무(無)지역'이라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바로 농한기를 모르는 마을인데다, 농약을 치지 않으며, 제품 반품이 없는 곳으로 유명하다는 자랑이다.

주민들 중 상당수는 이곳에 자리잡은 대흥농산에 일자리를 갖고 있다. 주민들은 예전 팽나무에서 자라던 팽이버섯 하나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게 된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지 2만여 평, 건평 1만 3천여 평에 건물 10여 동으로 이뤄진 대흥농산은 자체 교육장, 사원아파트를 갖고 있는 데다 무엇보다 인근 농가에 기술보급과 교육은 물론, 전국에 배양종균을 공급해 농업 활로를 모색하는 단계에까지 도달해 있다. 오늘의 대흥농산이 이렇게 자리잡기까지 순탄하기만 했을까? 양항석(45) 대표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지난 1993년 허허벌판 청도 골짜기에서 버섯농장을 시작할 때만 해도 버섯 종주국인 일본을 금방 따라잡을 것만 같았지요."

하지만 국내에는 팽이버섯 자동화기계에 대한 설계기술을 가진 업체 하나 없는 정도였다. 생산 생력화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매달린 시간만 꼬박 4년여.

하지만 지금 대흥농산에는 일본, 중국 등에서 생산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견학오는 발길이 이어진다. 이들에게 양 대표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한 점, 첨단농업기술을 개발한 점, 아낌없는 연구개발 투자가 성공 포인트라고 가르치고 있다.

실제로 공장에 들어서면 우선 규모에 압도당한다. 입병부터 배양, 발아, 억제, 생육, 포장에 이르는 전 과정이 자동화시스템으로 움직인다.

또 기존 고체종균으로 25일씩 걸리던 배양기간을 7일로 단축한 액체종균 기술, 밀기울 등 10여 가지의 다양한 원료에 참숯을 넣은 배지로 살균과 동시에 미생물이 자라는 시간을 단축시켜 병충해에 강한 건강하고 신선한 버섯을 생산하게 된 기술력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다 해외연수와 조사연구 활동에 지원을 아끼지 않아 일본을 벤치마킹하는 데 그치지 않고 끊임없는 변신과 재창조를 거듭한 점도 자랑거리다. 현재 팽이버섯 생산량만 연간 5천t, '황소고집'이란 브랜드로 15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양 대표의 열정은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고급버섯의 표준인 표고의 연중생산시스템으로 국내 첫 자급자족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꿈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하루 20t의 표고를 계절과 날씨에 상관없이 연중 안정적으로 생산할 계획인데 이 또한 국내 최초의 대기록이 된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