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자유치 MOU 가방엔 피땀이 담겼다

외자유치 힘들어요….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7일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유럽의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등 세계적인 신재생에너지 기업들과 모두 5억 달러가량의 도내 투자유치를 위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본지 6월 7일자 2면 보도)하기 위해서다.

단순히 도장만 찍으면 5억 달러가 그냥 굴러들어오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눈물겹다. 모든 지방자치단체들이 기업의 투자유치에 목을 매면서 달라진 기업 투자환경 때문이다. 기업은 '주는 자', 지자체는 '받는 자'로 선이 그어지면서부터.

올 초 스페인 풍력발전회사인 아시오나(ACCIONA)사에서 파견한 기술자 3명이 경북 영양을 찾았다. 바람의 세기 등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는데 입지조건을 따지기 위한 방문이었다.

이들이 이미 국내 다른 두 곳을 살펴보고 온 터라 경북도는 물론 영양군 공무원들은 이들의 객지생활에 행여나 불편함이 없는지 바늘방석이었다. 이들 기술자의 채점표에 따라 적게는 1억 2천만 달러, 많게는 4억 달러가 다른 지역으로 갈 판인 것.

그러나 문제는 첫날부터 터졌다. 영양에는 이들이 묵을 마땅한 호텔이 없었다. 이날 숙소 찾기 대작전이 벌어졌다고 했다. 백방으로 수소문해 겨우 깨끗한 여관을 구했지만 난관은 산 넘어 산. 다음날 아침식사가 또 가로막았다. 인구 2만 명도 채 안 되는 영양에 레스토랑이 있을 리 만무했다.

한 영양군 공무원의 기지로 이들 스페인 기술자 3명은 다방으로 안내됐다. 이른 아침부터 이 다방은 난리법석을 떨었다. '지역발전'을 위해 개업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새벽부터 문을 연 것. 안동에서 급히 공수된 빵으로 토스트를 만들고 계란프라이도 내왔다. 다방 아가씨들도 성심성의껏 이들의 '구애' 작전에 동참했다.

영양군민이 하나된 1주일 동안의 감동프로젝트로 영양은 다른 두 곳의 후보지를 제치고 석보면 일원에 64.5㎿ 규모의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게 됐다. 아시오나사는 영양군민의 정성에 감복, 추후 이 일원에 2억 8천만 달러를 더 투자해 150㎿까지 풍력발전시설을 확충하고 풍력학교 및 부품공장을 설립하는 등 영양을 풍력산업의 중심지로 발전시키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권영택 영양군수는 "내달부터 풍력발전단지 착공에 들어가면 스페인 기술자 9명이 올 예정이어서 아파트 두 채를 구해 빌려주는 등 이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최대한 서비스할 방침이다."며 "힘은 들지만 지역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뭔들 못하겠느냐."고 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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