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방향을 잃고 있다.'는 원로 경제학자들의 심각한 우려가 나왔다.
정부가 엉뚱한 일에 정신을 쏟으면서 내치의 불안이 심화, 경제의 기초가 부실해지고 나라의 장래를 이끌어갈 교육마저 한쪽에선 '3불정책'(기여입학제·본고사·고교등급제 금지) 다른 한쪽에선 '조기유학' 현상이 벌어지면서 공황상태가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최근의 노무현 정부 대외경제정책이 현 정부의 기존 대외정책 기조와 불합치하는 점이 많아 대외적 불신을 부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국제경제학회(회장 손병해·경북대 교수)가 창립 30주년을 맞아 8일 오후 대구인터불고호텔에서 개최한 기념세미나(주제:대외경제정책의 평가와 전망)에서 조순(서울대 명예교수) 전 경제부총리는 기조연설을 통해 "우리 경제가 방향을 잃고 있다."며 현 상황을 깊이 걱정했다.
그는 "정부가 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정신적·제도적·물적 인프라 구축에는 소홀히 하면서 이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일에 '올인'하고 있다."며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실린 '한국경제가 지금 몽유병에 걸려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또 "정치는 나라의 장래에 대한 비전이나 전략 없이 정쟁에 여념이 없고, 교육은 가정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돈만 알고 '얼'이 없는 형편인데도 정부는 3불정책에 매달리고, 젊은 학부모는 조기유학에 여념이 없으니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국민은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한·미 FTA와 관련, "우리는 이미 미국에 수출할 만큼 수출도 하고, 수입할 만큼 수입하고 있는데 내려갈대로 내려간 미국의 관세를 철폐해서까지 우리 수출을 늘려야 할 다급한 사정은 없다."며 차기 정부가 한·미 FTA후유증을 극복하는데 엄청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 정부에 대해 "20세기 초 미국의 대역사학자인 찰스 버드는 '외교는 내치의 연장'이라고 했는데 이 사람의 말을 빌리면 우리 사정이 지금처럼 복잡한 상황에서 외교에 힘을 발휘할 수 없다."며 "나라 내부가 이 모양인데 FTA한다고 미국처럼 되느냐?"고 혹평했다.
손병해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도 개회사에서 "노무현 정부는 그 이전 정부가 추진했던 동아시아 중심 대외협력정책 기조와 달리 동북아시대를 강조했는데 이런 경우라면 중국, 일본 등 동북아 국가에 우선순위를 둔 전략적 FTA노선이 선택됐어야 한다."며 "하지만 정부는 미국과 전격적으로 FTA를 체결, 대외협력 정책의 기조를 신뢰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했다.
한편 지역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이란 주제로 발표에 나선 박세일 서울대 교수는 "서울의 발전을 막는 각종규제를 풀어주되 지방자치단체의 계층구조를 개혁, 광역화를 통해 세계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지방정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주(洲) 개념을 도입해 전국을 3개로 그룹화(경상남북도·강원 영동/서울·경기·강원 영서·금강 이북 충청/전라남북도·금강 이남 충청 및 제주), 세계 경영을 위한 분업구도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대부분 세금을 지방세로 설정하고 인허가권도 지방정부에 부여, 돈과 권력을 가진 지방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이번 세미나는 9일(주제:외환, 금융정책의 평가와 전망)까지 계속된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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