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 앞.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온 손진두(66·부산시 영도구) 씨는 부인과 처제 등 동행한 5명과 함께 연방 절을 했다. 손 씨는 "하루라도 일찍 오고 싶어 안달이 났었다."면서 "천 년 이상 땅 속에 묻혀 있다 모습을 드러낸 부처님을 보니 경외로움과 신비감에 말문이 막혔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발견돼 31일 일반에 공개된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을 보려는 발길이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마애불상까지 가려면 백운암으로 가는 도로에다 차를 세우고 가파른 산길을 30여 분 동안 올라야 할 정도로 쉽지 않다. 그러나 감동적인 장면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는 행렬은 시간이 갈수록 더 늘어만 가고 있다.
마애불상 바로 옆 열암곡 석불좌상 발굴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김재현(71) 씨는 "평일 경우 하루 100여 명, 휴일에는 200여 명 이상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흘 전에는 팔순이 넘는 할머니가 올라와 놀란 적도 있다고 했다. 공개 열흘이 채 되기도 전에 이 불상은 이미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넘어져 땅속에 묻혀 있는 불상을 본 이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은 "부처님이 너무 답답하실 것 같다. 빨리 세워야겠다."는 것. 7일 현장을 둘러본 이정순(61·여·부산시 영도구) 씨는 "천년 동안을 저런 모습으로 지내 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터진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마애불을 어떻게 세울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무게 70t이 넘는 산속 불상을 일으키기 위해 동원 가능한 방법은 공중에 헬기를 띄워 들어올리는 것과 기중기 이용 등 두 가지.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헬기 이용은 어려운 것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헬기가 마애불 암석 무게를 이기지 못해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따라서 현재로는 기중기 이용이 가장 유력한 방안이 되고 있다. 남산 및 마애불 주변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형 장비를 산 중턱 현장까지 헬기로 수송한 뒤 작업을 한다는 것.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이달 중순쯤 자문위원회를 열어 방법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채무기(51) 현장 연구원은 "마애불 공개 당시 불상을 세우겠다는 문화재청장의 의지가 확고했던 만큼 머잖아 작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장마철에 대비, 마애불 주변에 토벽을 설치하는 등 보강작업을 하고 있다. 경주·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열암곡 마애불을 삼릉 인근 마애불과 혼동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최근 발견된 마애불을 보기 위해 삼릉 쪽을 통해 올랐던 적잖은 이들이 현장을 찾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혼동의 원인은 불두 없는 불상 때문. 흔히 일반인들은 '불두 없는 경주 남산 마애불' 하면 삼릉 방면 불상을 꼽는다. 그러나 이번에 마애불이 발견된 열암곡도 석불에 불두가 없다. 따라서 특별히 열암곡이라는 지명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삼릉 방향으로 가기 십상이다.
열암곡은 경주교도소를 지나 울산방향으로 조금 가다가 백운암 쪽으로 틀면 중간에 나온다. 백운암까지 가는 길이 소로여서 교행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길가 주차장에서 30여 분 정도를 올라야 하기 때문에 등산화 준비는 필수. 아직 산길이 정비되지 않아 구두로는 미끄러져 다칠 우려가 높다. 열암곡 바로 붙어 불두 없는 석불좌상 발굴이 한창인데 이 또한 볼거리다.
경주·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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