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관위 '선거중립위반' 결정…대선 정국 파장

"눈치보기식 판정" 한나라 강력 반발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평가포럼 연설에 대한 중앙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결정은 향후 대선 정국에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한나라당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범여권은 반노(反盧), 친노(親盧), 중립적인 세력들 간에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유명무실한 결정이고, 눈치보기식 판정"이라는 등 선관위를 성토하면서 청와대 압력설을 제기하는 한편, 이번처럼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할 때도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이 같은 반발에는 대선 정국에서 한나라당에 유리하게 전개돼 온 현재의 판세가 흔들리지 않도록 노 대통령의 영향력을 최소화시키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등 대선주자들이 노 대통령에 대해 대선에 개입하지 말고 국정 마무리에 주력할 것을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인 셈.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번과 같은 정치적 발언들을 앞으로도 계속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여 양측 간 충돌은 더욱 격화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지난 2004년처럼 탄핵소추 카드를 다시 끄집어내지는 않을 것 같다. 역풍에 대한 우려가 당내에 폭넓게 자리해 있는 것은 물론, 범여권 지지층의 결집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범여권에서는 반노 세력들 중 합당을 앞두고 있는 중도개혁통합신당과 민주당이 노 대통령의 자제를 촉구하는 등 상대적으로 비판 강도가 세다. 범여권 통합과정에서 노 대통령의 개입을 차단시키겠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으며, 앞으로도 이 같은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유종필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선거법 위반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언행에 주의하고 공정한 대선관리에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고 했다. 중도개혁통합신당도 "이번 결정을 계기로 대통령과 청와대는 앞으로 정치적 시비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어떤 행위도 삼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반면에 열린우리당의 친노 세력은 선관위 결정과 관련, "대통령 발언은 정책과 관련된 평가였을 뿐이며 특정후보를 비방하기 위해 일관되게 얘기한 게 아니었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친노 성향의 대선주자인 김혁규 의원도 "선관위의 판단은 가장 정치적인 자리인 대통령의 직위를 한낱 행정부 수반으로만 제한하는 것"이라며 "문제 삼은 대통령 발언의 대부분은 야당의 부당한 공격에 대한 방어적인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범여권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과 계속 각을 세울 경우 친노 세력들이 재결집, 범여권의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주요 당직자 등 중립적인 인사들은 "대통령은 이미 탈당한 만큼 우리와 무관하다."며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정국의 쟁점으로 비화될 것에 대해서는 경계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대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친노 세력이 부상할 경우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하는 듯하다.

노 대통령의 향후 행보에 따라 대선정국이 요동칠 수 있으나, 그 방향은 아직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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