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7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또다시 '옐로카드'를 꺼내들었으나 노 대통령과 청와대의 행보는 여전히 거침이 없다.
청와대는 이날 선관위 결정에 불복하며 노 대통령이 정치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밝혔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선관위 결정은 매우 유감스럽고 납득하기 힘들다."며 "법적인 문제를 면밀히 검토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근거 없는 정치공세에 대한 정당한 반론이며 대통령의 정치행위는 제약되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바탕에 깔았다. 청와대의 대응 방법으로는 헌법소원이나 권한쟁의 심판 청구가 거론된다.
청와대는 이어 정태호 정무비서관을 통해 국회 의장실에 대통령의 국정에 관한 연설 요청서를 전달했다. 6월 임시회에서 국민연금법 등 계류 법안을 성실하게 처리해 달라고 주문하기 위해서다.
국회가 노 대통령에게 연설 기회를 줄지 여부는 미지수다. 노 대통령이 연설하는 것은 결국 국회가 제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될 뿐더러 또다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려 할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난감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노 대통령은 8일 전북 익산의 원광대학으로 갔다. '민주주의'를 주제로 특강하기 위해서다. 또 10일은 6·10 민주항쟁 20주년 기념일이어서 노 대통령이 정치적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선관위의 대통령 선거중립의무 준수 요청에도 청와대가 정면 대응하고 있는 것은 여기서 밀리면 대선국면에서 노 대통령의 입지가 크게 축소될 것이란 우려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선관위가 문제삼은 것은 ▷특정정당의 집권 부당성을 지적하고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폄하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든 사실에서 보듯 선관위 결정에 승복할 경우, 한나라당 또는 통합신당과 각을 세울 '칼'이 없어지는 셈이 된다.
거꾸로 선관위가 지적한 부분만 빼고 '정치 발언'을 계속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의도가 논의의 중심에 서기 위한 것이라면 선관위, 국회와 한나라당, 비노(非盧) 통합신당과 각을 세우는 것은 물론, 기자실 통폐합을 둘러싸고 언론과 날선 대치를 함으로써 국민 관심을 계속 붙들어 두려 할지 모른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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