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프리미엄급' 홍수…유통업계 경쟁적 마케팅

"기존 제품보다 기능 업그레이드"…가격은 2배

지금 유통계에서는 기존 제품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제품임을 내세운 '프리미엄' 마케팅 경쟁이 뜨겁다. 반면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공급과잉 시대에 그냥 보이는 상품을 사야 할지, 아니면 제품 차별화를 강조한 '프리미엄'급을 사야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지는 것. 문제는 가격이다. '프리미엄' 제품임을 내세워 일반 제품의 두 배 가까운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 소비자들은 좋은 원료와 기능성 물질이 얼마만큼 가격에 반영됐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프리미엄' 제품이 가격을 올리기 위한 상술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 홍수 속에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만큼 소비자들은 '프리미엄' 제품이라고 무작정 혹할 게 아니라 품질과 용량 등을 반드시 따져봐야 할 일이다.

◇식품은 온통 프리미엄

물과 우유·주스에 이어 캔커피 시장에도 프리미엄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의 웰빙 트렌드에 따라 소비자들이 고급스러운 제품을 많이 찾으면서 업계가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기 때문. 지난 1월 첫선을 보인 해태음료 '마시는 산소수'는 500ml 한 병당 1천~1천200원으로 일반 생수값의 2배가 넘는다. 하지만 출시 한 달 만에 100만 병, 매출 10억 원을 돌파하며 '프리미엄 ' 생수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주스로 유명한 '미닛메이드'도 한 병에 1천700원인 '스타일 워터'를 내놨다. 캔커피시장에서는 롯데칠성이 최근 원두를 갈아 만든 1천 원짜리(소매가 기준) 캔커피 '칸타타'를 시판했다. 지난해 11월 동서식품의 1천500원짜리 캔커피 '더블샷 에스프레소'에 이은 것. 우유함량을 줄이고 고급커피 비중을 높인 매일유업의 '카페라떼 바리스타', 설탕 대신 단풍시럽을 사용한 남양유업의 '프렌치카페 골드라벨'도 프리미엄 커피다. 이들 제품들은 기존의 500, 600원짜리 캔커피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이 같은 음료업체들의 '프리미엄' 캔커피 출시는 주 타깃층인 20, 30대 직장남성들의 입맛이 고급화되고 있다는 이유와 함께 제품 리모델링을 통한 우회적인 가격인상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음료부분에서는 동원F&B가 떫은 맛을 줄이고 체지방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부드러운 L녹차'를, 코카콜라가 '하루 녹차'를 업그레이드한 '맑은 하루 녹차'를 내놨다. 음료에서 불기 시작한 저칼로리 열풍이 올해는 면류시장에도 불어 닥쳐 농심이 튀기지 않은 녹두 소재의 면을 활용한 '녹두국수 봄비'를 출시한 데 이어 풀무원은 기름에 튀기지 않은 면과 MSG(색소 보존료)가 들어가지 않은 '생가득 비빔 생라면', CJ는 면을 뽑자마자 절단해 무균라인에서 바로 포장냉장·유통한 '남도 매실냉면'을 출시했다.

이밖에도 쌈장과 고추장, 된장 등 장류시장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이 쏟아지고 있고 참기름의 경우도 초임계추출공법을 통한 '황금참기름' 제품이 대표적인 '프리미엄' 제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황금참기름'은 황금색을 띠며, 향 역시 진한 것이 특징. 밀가루의 경우도 찰밀가루·과자용밀가루·빵용밀가루 등 제품이 신규 출시된데 이어 큐원에서 비타민을 강화한 '프리미엄' 밀가루를 내놨다. 또 즉석식품인 오뚜기 3분카레는 기존제품에 강황을 비롯 로즈마리·월계수잎·베타글루칸 등을 첨가해 맛과 질을 업그레이드한 '백세카레'를 선보였다. 값이 기존제품은 1천100원이지만 백세카레는 2천100원으로 1천 원이 더 비싸다.

동아쇼핑 푸드갤러리 이수원 차장은 "웰빙 영향으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 상품마다 구성물질을 꼼꼼히 살피는 고객들이 늘었고 제조업체에서도 소비자의 기호를 파악, 다양한 맛과 기능을 가진 '프리미엄' 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강화되고, 소비자의 선택폭은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화장품도 유행

동아쇼핑 크리스찬디올 매장에서는 기존의 주름개선 효과를 가지고 있던 제품에 기능을 강화한 멀티 퍼펙션 컨센트레이트 제품을 선보였다. 또 선크림과 메이크업베이스를 따로 사용하는 번거로움을 없앤 '선베이스', 립스틱과 글로즈의 효과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립글로즈 제품도 프리미엄급으로 인기다. 이밖에 랑콤에서는 프리미엄 라인 제품으로 프록실린 성분이 함유된 스킨·로션·에센스·파우더·클렌징·핸드로션·바디로션이 등장한 상태. 애경은 샴푸 브랜드 '케라시스'에서 최근 '케라시스 오리엔탈 프리미엄'을 새로 출시했다. 동백오일을 주성분으로 만든 최고급 헤어 제품으로 보습·자외선 차단 등의 효과가 있다는 것. 소비자가격은 샴푸·린스(470g) 8천500원, 트리트먼트(200ml) 6천400원으로 비싼 편이다.

◇꼼꼼히 따져 선택해야

프리미엄 제품의 급성장은 중산층들의 소비패턴 변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2000년 이후 심화하고 있는 국내 소비시장 양극화와 함께 인터넷 쇼핑몰이나 공동구매를 통해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구입하려는 움직임과 함께 고품질·고기능·고가격의 '프리미엄' 제품을 찾으려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절약'을 강조하던 소비패턴이 '만족'을 추구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삶의 질을 높이는 제품에 대해서는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추세가 일반화하고 있는 것. 하지만 프리미엄급이라고 해서 모두 정답은 아니다. '프리미엄' 제품 홍수 속에서 건강에 좋고, 기능이 좋은 제품을 찾는 것은 소비자 스스로의 몫. 따라서 제품 선택에서 소비자들의 지혜가 어느때보다도 요구되고 있다. 우선 함유 성분을 꼼꼼히 따져보고 일반제품에 비해 용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는 것은 필수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인체 유효성분이나 기능이 특별하지 않다면 구태여 값을 두 배에서 최고 네 배까지 더 주고 프리미엄을 구입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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