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야? 연주회장이야?"
지난달 31일 오후 8시. 대구시 남구 대명동의 KMG 내과 내 'KMG 웰빙센터'. 깊어가는 초여름밤에 은은한 음악 선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병원 내 정원에는 80여 명의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찼고 옥상에도 10여 명의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강민구(48) 원장이 마련한 11번째 음악회인 '피아졸라와 함께 하는 탱고의 밤' 이었다.
◆병원은 모든 이의 문화공간
병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폐쇄성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병원 문을 여는 순간 위축된다. 진료실 안으로 들어서고 의사와 환자 두 사람이 마주앉으면 자연스럽게 수직관계가 형성된다.
하지만 KMG 내과는 다르다. 말 그대로 '웰빙센터'다. 지난 2004년 개원한 병원에 들어서면 당황하게 된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병원의 출입구를 찾기도 힘들다. 출입구에 들어서면 좁은 복도가 10여m 이어진다. 복도를 지나 병원 안으로 들어서면 큰 나무가 있는 중앙정원과 유리로 만들어진 밝은 내부를 만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병원의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곳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외관상 다소 부담스럽지만 방문객들이 들어올 때의 긴장감에서 벗어나 안도감과 평화스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절에 있는 일주문(一柱門) 이미지를 차용했습니다."
환자 대기실에는 흔한 잡지, 신문, 텔레비전이 없다. 대신 1960, 70년대 만들어진 스피커에서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테이블 위에는 미술, 사진 등 예술서적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진료대기실과 진료실 사이에는 정원이 있다. 강 원장은 마당이라고 부른다. 테이블에서 차를 마시며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주먹만한 꽃이 활짝 핀 태산목이 방문객을 반겨준다. 대기실 맞은 편에 위치한 진료실은 완전 개방돼 있다. 대기실에서 마당을 바라볼 수 있고 환자와 의사의 의자도 동일하다.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진료실 뒤편에는 비밀 공간인 다실(茶室)이 있다. 다다미가 깔려 있고 천장도 낮춰 아늑한 공간이다. 강 원장은 "누구라도 세상에서 도망치고 싶거나 휴식하고 싶을 때 언제라도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개원 초기에는 동네 주민들이 '비밀 성형외과'가 아니냐고 쑤군거렸다. 그래서 주차장에 '여러분의 쉼터입니다. 모든 분이 편안하게 들어오십시오.'라는 푯말을 세웠다. 강 원장의 병원은 대구지역 의사업계에서도 시기와 부러움을 동시에 받고 있다. 서울지역 의사들도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강 원장은 "이제 병원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라는 메시지를 던졌다."면서 "연쇄반응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웃었다.
"예전엔 하루 200~300명의 환자를 진료했습니다. 환자한테 미안했습니다. 환자가 밀려있으면 시간을 줄이기 위해 환자에게 예상질문을 먼저 던지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의료현실에서는 진료를 많이 해야 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제적으로 힘들지만 돈보다 진정한 의사가 되자고 결심했습니다."
◆포르말린 냄새 대신 문화향기
강 원장은 2004년 개원 후 지금까지 병원 내 정원에서 11번의 음악회와 패션쇼, 조각 전시회를 열었다. 뒤돌아볼 틈도 없이 늘 숨가쁘게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가끔씩 숨을 고르며 쉬어가는 장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예술이란 삶의 맛을 더해주는 양념입니다. 아직도 음악회라면 선뜻 발걸음을 내딛기 힘든 분들이 많습니다. 작은 공간이지만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마음으로 연주자의 숨결을 느끼며 음악을 즐기고 마음의 여유를 되찾아주고 싶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보다 다양한 형태의 음악을 선보이기 위해 '라 트라비아타' 갈라콘서트, '공감'이라는 타이틀의 테마가 있는 음악회, 클라리넷 사중주의 밤, 금관앙상블의 밤 행사를 직접 기획했다. 올해부터는 피아니스트 김아미 씨가 음악 기획을 맡아서 3회의 음악회를 계획하고 있다. 또 박성백 도예가의 전시를 비롯해 3회의 초대전도 열 계획이다.
"의사가 된 지 20여 년이 지났습니다. 예전엔 사람의 병은 책에 있는 대로 약만 쓰면 낫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런 생각이 얼마나 교만했던지 반성해 봅니다. 편안한 마음과 자연과 함께 하는 생활방식, 세상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시각들이 사람들을 정말 건강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든지 힘들 때면 찾아와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되찾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 "차 놔두고 걸어 다니세요" 강민구 원장의 건강법
강민구 원장은 누구든 편안하게 쉬고싶을 때 찾아오는 병원을 만들고 싶어한다. 이런 편안한 마음을 제공해주는 게 건강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강 원장이 말하는 '돈 안들이고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다.
▶마음을 즐겁게 하라=몸과 마음은 밀접한 관계다. 몸과 마음의 균형이 깨지면 병이 온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그럴 수도 있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라.
▶하루에 1시간 정도 걸어라=걷기는 동맥경화와 비만을 예방한다. 가까운 곳은 자가용을 놔두고 걸어다니는 습관을 길러라.
▶하루 물 2ℓ를 마셔라=현대인들은 대부분 만성 탈수증에 걸려 있다. 물을 많이 흡수하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진다.
▶'무지개 다이어트'를 하자=요즘 너무 비타민에 집착한다. 비타민은 약물로 먹으면 흡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신 여러가지 색깔의 야채를 많이 먹자. 100% 섭취가 가능하다.
모현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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