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려후 시인 '향은 고요해 소리 없고' 출간

살아 움직이는 언어들의 숨소리가 들린다

소설가이자 수필가인 강려후 시인의 시집 '향은 고요해 소리 없고'(북랜드 펴냄)에는 유난히 화려한 시어들이 펄떡거리며 살아있다. 그녀의 시에는 '빛 비늘이 퍼덕거리'고 '흰 피 철철 흘리고 있는 장미'가 있으며 '은행잎은 팔랑팔랑 노랑 나비로 변신 중'이다.

여성성이 유난한 시 구절에는 어머니와 할머니의 삶이 오롯이 담겨있다. '청상의 가슴 뻥 뚫은 멍 같은 녹'을 닦으며 아흔여섯 할머니의 삶을 기억하고, 예순여섯 한 많은 생을 마감한 어머니를 기록한다. 이런 여성성은 '참꽃과 목련화', '해당화', '사시나무' 등 자연, 특히 식물에 관한 섬세한 시각으로 이어진다.

시인은 이 모든 것을 어머니와 자식들을 껴안기 위한 모성의 과정으로 확장시키면서 세상의 시선을 받아보지 못한 미물들에게까지 관심을 쏟고 있다. '빛으로 가는 티켓', '손 씻는 여자' 등 61편이 수록됐다. 7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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