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저자와의 대화)이동하·성석제

2인의 재담꾼…두 개의 얘기 타래

향토 출신 작가가 내놓은 소설집과 산문집에 눈길이 간다. 소설가 이동하(65·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10년 만에 소설집 '우렁각시는 알까?'(현대문학)를, 성석제(47)는 신작 산문집 '유쾌한 발견'을 출간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이래저래 당하게 되는 봉변이 어디 한두 가지든가 말이다…. 운명으로부터 당하는 봉변만큼 가혹한 것은 없다." 10편의 단편을 묶은 이동하(65)의 일곱 번째 소설집 '우렁각시는 알까?'에는 화려하게 잘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산에서 수행하는 스님, 택시기사, 치매에 걸린 노인 등 소시민들이나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소설집 맨 앞에 실린 설화적 형식의 '너무 심심하고 허무한'은 소설집의 전반적인 주제를 담고 있는 서편으로 보인다. '깊은 산속 양지바른 곳에' 있는 쌍둥이 굴에는 '사는 일이 때때로 심심'한 거지 사내와 '인생사가 온통 허무'한 젊은 중이 살고 있다.

표제작의 주인공은 '스무 살이 되기 전부터 운전대를 잡기 시작해서 이십 년이 넘게 줄곧 영업용 택시만 몰고 있는' '황보만석'이다. 꾀죄죄하던 그의 옷차림이 어느 날 달라졌다. 하룻밤 재워달라는 한 여자를 우렁각시로 들이고 나서부터다. 하지만 우렁각시는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을 따라 나긋나긋 웃으며 집을 나가 버렸다.

얼마후 '칠순 노인처럼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털과 수염'을 갖게 된 황보만석은 시외버스터미널 한 쪽 구석에서 '얼어죽은 쥐처럼 드러누워 있었다.'고 한다. 수록작에는 자녀들의 반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황혼의 로맨스를 그린 '헐거운 인생', 끊임없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치매노인의 이야기를 적은 '사모곡' 등 노인들을 다룬 단편들도 포함됐다.

작가는 "세상은 내가 기대했던 것처럼 그렇게 산뜻한 풍경 대신 외려 더 스산하고 탁해 보인다."고 말한다. 이제 정년퇴직을 눈앞에 두고 있는 작가는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고 한다. 필요 때문이 아닌, 정말 읽고 싶은 글이나 읽고, 마음 내키는 대로 여기 저기 흘러 다니고 싶은 것이다.

이 씨는 196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이어 다음해 현대문학사 제1회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돼 등단했으며 창작집 '모래', 장편 '장난감 도시' 등을 냈다.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아까운 이야기, 모두 다 알고 있지만 나만 몰랐던 것, 보고 들으면 유쾌하고 흥미로우며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어지는 생각과 느낌을 담으려고 했다." 풍요한 재담, 해학과 위트의 소설가 성석제가 '소풍' 이후 1년 만에 신작산문집 '성석제의 이야기 박물지-유쾌한 발견'은 100여 개의 이야기들이 모자이크처럼 삶과 사회의 다채로운 풍경들을 보여준다.

친구와 잡담하다가, 책을 읽다가, 여행을 다니다가 문득문득 떠오른 단상들을 순발력 있게 기록한 것이다. 예컨대 '길 위에서 잠들다'에서 작가는 대낮에 쓰레기 수거용 손수레 안에서 깊이 잠이 든 한 환경미화원의 모습 속에서 삶의 행복을 포착해낸다.

'부모 노릇'에서는 자식의 교육을 위해 한 달에 천만 원의 과외비를 쓰던 어느 어머니가 결국 공부를 포기한 자식과 함께 장사를 해보기로 했더라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양심 없는 택시기사 이야기 '가까운 거리', 길가에서 체중계로 돈벌이를 하는 중국 상인 이야기 '간단하고 기막힌 장사', 관우의 적토마가 사람 나이로 치면 120살까지 살았다는 역사적 사실을 소개한 '관우와 장수마' 등 작가는 일상과 역사를 종횡무진하며 사건들의 이면을 세심한 관찰력으로 풀어헤친다.

작가는 "앎은 아름답다. 좀 알게 되었는가 싶으면 저만큼 달아나 애를 태우게 하는 앎의 신비한 매력은 미의 여신 비너스를 방불케 한다. 둔한 지력을 총동원해 더딘 걸음으로 따라가며 나날이 새로 태어나는 앎을 바라보는 일은 고통스럽고도 행복하다." 고백한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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