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은 마음 속 감정을 단순히 표현해내는 것에 불과하다? 아니다. 웃음은 만병통치약이다. 얼굴 근육 15개를 움직이는 단순 동작에서 벗어나 웃음이 가져다 주는 효능은 무궁무진하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다보면 행복이 찾아온다." "자주 웃으면 얼굴 표정은 물론 인생도 바뀐다." 웃음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는 것도 웃음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한 때문이다.
기업 구성원에게 즐거움을 줄 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른바 '웃음 경영'이 유행하고 있다. 개그맨을 자처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늘고 있으며, 기업 내에서 최고오락담당자(CFO: Chief Fun Officer), 최고기쁨담당자(CJO: Chief Joy Officer) 직함을 가진 이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동아백화점 박용진(40) 과장은 매일 60~70명에 이르는 직원들에게 서비스 교육을 하면서 웃음을 적극 활용하는 '웃음 전도사'다. "서비스 교육의 집중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교육 효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일부러 '위스키'하며 모두 웃습니다. 딱딱하게 내용만 전달하는 것보단 훨씬 분위기가 좋아졌어요."
처음 매장을 찾는 고객에겐 작은 웃음을, 두세 번 만나는 고객에겐 큰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 매출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게 그의 얘기다. "요즘도 집에서 거울을 보고 웃는 연습을 자주 합니다. 직원들이 자주 웃으면 인상이 좋아지고, 좋은 인상은 손님들을 기분좋게 만들지요."
대구은행 이화언 행장은 CEO 레터를 통해 직원들에게 잔잔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모발 이식을 한 이야기, 말단 직원일 때의 실수담 등을 들려주며 직원과의 거리를 좁혀나가고 있다.
SK텔레콤은 매주 월, 수, 금요일 아침 사옥인 'SK T-타워' 로비에 음악가 모차르트나 말괄량이 삐삐 등으로 분장을 한 남녀를 배치, 직원들에게 노래를 불러주며 출근길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한국전력은 부서마다 '웃음 전도사' 한 명씩을 정해 2박 3일 과정의 유머·개그 연수를 보낸다. 업무 책임자 외에 '웃음 책임자'를 둔 셈. 매주 수요일 아침에 직원들이 출근해 컴퓨터를 켜면 유머 애니메이션이 화면에 나오도록 하거나, 사내 인트라넷에 유머 자료실을 만들어 웃음을 유도하고 있다.
현대택배는 수시로 웃음사진 콘테스트를 열어 소중한 추억이 담긴 사진을 공유하고 칭찬도 하며 활기찬 직장 분위기를 만든다. 대우조선해양은 팀 단위로 '펀 리더'를 두고 직원들에게 웃음을 독려하고 있다. 과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을 전한다는 모토를 내걸고 있는 오리온제과는 여직원들의 기왓장 격파, 남자 직원들의 미모 경연대회를 열어 직원들에게 웃음을 선물하고 있다.
웃음을 인사고과와 연결한 회사도 있다. HSBC은행은 지점장 인사고과 때 '얼마나 재미있는 사람인가'를 평가한다. 전체 고과 점수 가운데 30%를 웃음 경영 항목에 할당한 것이다.
또 즐거웠던 일을 인터넷 사내 게시판을 통해 서로 공유하거나 박장대소, 책상대소, 뱃살대소, 파안대소와 같은 웃음법 연습하기 등을 직원들에게 알려주는 회사도 있다.
CEO 등 경영자들이 직접 웃음 전문가에게 유머 기술을 트레이닝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3년 전 문을 연 품위유머닷컴 유료회원은 2천여 명. CEO를 비롯한 경영인들이 60~70%를 차지하고 정치인, 종교인, 외교관들이 주요 고객들이다. 이들은 이 사이트에서 유머를 익혀 직원들이나 지인들을 상대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상준(40) 대표는 "재미를 주는 CEO가 이끄는 기업은 실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머를 갖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차이는 '확연하다.'는 게 이 대표의 얘기다. 유머를 갖춘 사람은 주변에 자연스럽게 사람이 모여 인적네트워크가 활성화되고, 구성원들이 능력을 십분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또 부정적 상황을 유머를 통해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 최초의 웃음 치료 자원봉사단인 '펀 볼런티어(fun volunteer)'를 최근 결성한 배기효(대구보건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회장은 "암세포를 잡아먹는 NK 세포가 웃음을 통해 활성화된다."며 "웃음은 심리적, 정신적 상처를 가진 이들뿐만 아니라 신체적 건강을 잃은 이들에게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 웃음의 효과
웃음전문가들은 웃으면서 살아야 웰빙(well being)과 웰다잉(well dying)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들이 평소 강의를 통해 이야기해주는 '웃음의 효과'엔 어떤 게 있을까.
△15초 동안 웃으면 100m를 달린 것과 같은 운동 효과가 있다.
△10분 동안 웃으면 2시간의 진통 효과가 있다.
△한 번 박장대소하면 200만 원어치의 엔도르핀이 나온다.
△15초 동안 힘껏 웃으면 이틀을 더 산다.
△웃음은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부정적 사고를 긍정적 사고로 바꾸어 준다.
△박장대소할 때 몸속의 650개 근육 중 231개가 움직이며 얼굴 근육도 15개가 움직인다.
△웃으면 백혈구가 증가하고, 백혈구는 면역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웃다 보면 혈관이 넓어져서 혈액순환이 잘 되고 쌓였던 콜레스테롤이 씻겨나간다.
△웃으면 근육운동이 돼 주름· 노화 방지에 좋다.
이대현기자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