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이륜차 운행문화 개선하자

"급한 일과 중요한 일 중 어느 것을 먼저 하겠습니까?"라는 물음에 당신은 뭐라고 답하겠습니까? 아마, 대부분 중요한 일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실제 상황 속에서 중요한 일을 먼저 하며 살고 있는가?

최근 경찰청에서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하여 '이륜차 운전자 의식 및 형태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이륜차 운전자의 교통법규 인지율은 평균 94.1%였으나 이륜차의 교통법규 준수율(1만 5천445대 조사)은 65%로 인지율에 비해 30%가량 낮았다. 이는 앎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음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한 예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도 인식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일이 일어나는 걸까?

70년대 청춘 영화에서 이덕화는 이륜차를 타고 맘껏 그 터프함을 과시하고, 미국의 영화배우 미키 루크는 '할리와 말보로맨' 등 많은 영화에서 이륜차를 운행하면서 섹시함과 터프함을 드러냄으로써 당시 젊은 여성들의 '우상'으로 등장했다. 또한, 최근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윤호라는 등장인물은 이륜차를 타고 등교하며 또래 친구들과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통해 보이는 이들의 모습은 분명 멋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이륜차는 어떤가? 올해 4월까지 대구에서 발생한 전체 교통사고의 8.6%가 이륜차 사고였으나 사망률은 16.7%로 발생률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륜차 교통사고가 다른 차량의 사고에 비해 사고발생 시 생명이 위험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륜차는 이륜이라는 불안정한 구조로서 과속, 급커브, 무리한 핸들 조작 등으로 전복되기 쉬우며 신체가 노출된 채 주행하게 되므로 사고시 사상의 정도가 심하다. 대부분의 이륜차 사고에서는 사고의 원인이 된 직접적인 충격보다는 신체가 노출됨으로써 제2차적 충격에 의한 피해가 더 크다고 할 것이다. 이런 사실을 분명히 안다면 이륜차를 타고 달리는 모습이 마냥 멋있다고 말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생명을 담보로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한 번이라도 인식한다면 지금과는 다른 선택을 할 것이다.

거리의 무법자로 불릴 정도인 이륜차 폭주족은 제외하더라도, 현실 속에서 이륜차를 타고다니는 이들은 멋을 발산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좁은 길을 달릴 수 있고 유지비와 차체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이점 때문에 퀵서비스나 각종 배달과 등하교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생명에 위험할 수 있다고 해서 분명 필요가 있는 이들이 이륜차 타는 것을 막을 필요도 없고, 막을 수도 없다. 그러나 이륜차를 제대로 운행함으로써 당사자는 물론이고 다른 이들의 안전까지도 일정 부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안전모 착용도 없이 인도나 건널목을 주행하거나 난폭운전을 일삼아 본인뿐만 아니라 보행자나, 다른 차량의 운전자에게도 불안감과 부담을 주는 이륜차 운행문화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경찰에서는 7월 27일까지 두 달 동안 이륜차 운행문화 개선을 위한 집중단속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그동안 각종 언론매체와 시민단체를 통하여 이륜차 운행문화 개선에 대한 홍보를 집중 실시해 왔기 때문에 이륜차 운행문화 개선은 이제 이륜차 운전자의 몫이다. 운전자의 의식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정열 대구지방경찰청 교통사고분석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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