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집 안에 초록향기를…'오감만족' 허브

쾌활한 요리 소개로 유명한 영국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는 주방에 허브 화분들을 키운다. 요리를 즐기는 그는 요리 방송 도중에도 손에 닿는 허브 잎과 가지들을 한줌씩 잘라 요리에 바로 활용하곤 한다. 이처럼 손에 닿는 허브를 바로 요리해서 먹을 수 있다면 농약 걱정 없이 근사한 요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본격적 더위가 시작되는 6월, 집안 곳곳에 허브를 놓아두면 한결 시원해지는 느낌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허브의 종류는 무한대. 활용방법도 무한대다. 요리에 넣어 재료로 활용하는가 하면 후식으로 향긋한 허브티가 되기도 한다. 잎을 뜯어 투명한 유리 볼에 넣어두면 그 자체로 시원한 인테리어 소품이 되고 허브를 말려두면 컨트리풍 인테리어 소품으로 연출할 수 있다.

허브하우스 이정 사장은 "허브는 향기와 미각, 시각 모두를 만족시켜주는 오감 만족 식물"이라고 소개한다. 이 사장의 도움말을 받아 마음에 드는 허브 화분을 골라 집안에 나만의 허브 농장을 꾸며보는 것이 어떨까.

◆허브로 요리하자

허브 화분을 구입했다고 해서 바로 잎을 따먹으면 안 된다. 대규모로 허브를 재배하는 곳에선 벌레 방지를 위해 약을 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구입한 후 보름에서 한 달쯤 집에서 키운 후 식용으로 활용하도록 한다.

요리에 가장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허브는 로즈마리. 강한 솔향이 나기 때문에 음식의 풍미를 더해준다. 특히 커피향과 육류요리에 어울린다. 로즈마리 잎 한두 개 따서 커피에 띄우면 커피 향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 생선이나 고기를 구울 때 로즈마리 잎을 넣어 함께 구우면 비린내가 줄어든다.

한여름 인기 메뉴 팥빙수에도 허브를 첨가해보자. 얼음을 얼릴 때 레몬밤 잎을 따서 얼리면 냉장고의 잡냄새를 없애줄 뿐 아니라 이 얼음으로 팥빙수를 만들면 빛깔과 향기가 한층 좋아진다. 레몬밤은 레몬의 신맛이 부담스러울 때 레몬 대신 사용할 수 있어 인기가 좋다. 여름에는 팥빙수 외에도 펀치나 셔벗, 화채를 만들 때 사용하면 향긋해서 시원한 느낌을 살릴 수 있다. 달걀말이에 파 대신 레몬밤 잎을 넣어도 독특한 향이 나, 색다른 맛을 낸다.

부추와 파의 중간 성질을 가진 차이브는 '키친 허브'라 불리는 만큼 요리에 두루 사용된다. 파, 부추처럼 절여서 먹기도 하고 샐러드로 먹을 수 있다. 수프에 띄우기도 한다.

백설기 등의 떡에 캐모마일이나 휀넬 등 허브 잎을 첨가하면 허브 떡이 완성된다. 그 밖에도 샐러드 드레싱에 허브를 넣어 향을 내기도 한다.

오레가노, 세이지, 타임, 로즈베리, 차이브 등은 오래 익혀도 향이 남아있기 때문에 찜, 구이 등에 사용하고 바질, 애플민트 등은 익히면 향이 금세 날아가기 때문에 마지막에 첨가한다.

스피아민트의 경우 입안이 텁텁할 때 잎을 따서 씹는 것만으로 기분전환이 된다.

허브의 생잎을 따서 차로 마시면 말린 허브로 만든 차와는 또 다른 향취를 느낄 수 있다. 머리가 아플 때는 로즈마리, 소화가 안 될 때 페파민트, 감기에 걸렸을 땐 케모마일 잎을 따서 씻은 후 뜨거운 물을 부으면 된다. 잎을 섭취하는 허브의 경우 물 온도를 80℃ 내외로 해야 맛이 좋다. 케모마일이나 라벤더와 같이 꽃을 사용한 차를 만들 때엔 물 온도가 더 높아도 된다.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서 바짝 말린 허브는 보관성이 좋아, 오랫동안 두고 차로 마실 수 있다.

쓰고 남은 허브는 잘게 다져 올리브유에 넣어두자. 향긋한 허브유가 된다. 버터에 섞으면 고급스러운 허브버터가 된다.

요리하기 위해 잎을 딸 때 주의할 점은 줄기는 가능한 한 건드리지 말고 잎만 살짝 따되 뿌리에 가까운 잎부터 따는 것이다.

◆생활의 모든 것, 허브

허브 꽃을 줄기와 함께 말리면 포푸리로 사용할 수 있다. 허브를 말린 후 살짝 묶어 장식하면 컨트리풍의 생활장식이 가능하다. 람즈이어, 다이아즈, 캐모마일, 가든 세이지, 오레가노 등이 멋스럽다.

입욕제나 비누, 연고, 화장품 등은 허브의 향과 효능을 200% 활용한 것. 목욕물에 원하는 향의 허브잎을 뜯어 넣으면 향긋한 향을 즐길 수 있다. 비누, 연고, 스킨 등도 간단한 레시피로 직접 만들어 사용하면 허브의 효능을 만끽할 수 있다.

벌레들이 유난히 싫어하는 허브향도 있다. 캔들 프렌트는 잎에서 특유의 향이 나는데, 이 향을 벌레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여름철 실내에서 키우면 벌레를 쫓는 데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허브 화분은 크기가 작고 값이 3천~5천 원 내외로 값이 싸기 때문에 선물로 좋다. 이때 화분의 포장에 신경쓰면 한결 세련된 선물 아이템이 된다.

미니 허브 화분을 영자 신문이나 소포 종이 등을 이용해 편안한 느낌으로 포장하면 내추럴한 분위기를 살릴 수 있다. 그린 색의 허브는 철제 화분과도 잘 어울리는 아이템. 토분과 철제 화분을 사용하면 실내에 이국적인 느낌 연출이 가능하다.

쓰고 남은 커다란 꽃바구니에 흙을 채우고 여기에 허브를 종류별로 심으면 야생화 특유의 독특한 느낌을 살릴 있다.

◆ 허브 잘 키우려면

허브는 채광, 통기, 배수만 맞춰주면 쉽게 키울 수 있는 식물이다. 하지만 주부들이 허브를 키우다가 쉽게 죽이는 이유는 분갈이를 하지 않기 때문에 뿌리가 말라버려서이다. 허브는 자기 몸체만큼 뿌리가 자라기 때문에 큼지막한 화분으로 분갈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마사토를 섞으면 배수에 도움이 된다.

허브를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울 경우 가끔씩 직사광선과 바람을 쬐어줘야 한다.

물을 줄 때는 화분 밖으로 물이 나올 만큼 흠뻑 줘야 한다. 스프레이로 분무할 경우 자칫 습기가 찰 수 있기 때문에 좋지 않다.

장기간 여행갈 때는 물을 담은 세숫대야에 수건의 한쪽 끝을 담그고 나머지 한쪽 끝은 화분을 감싸 습도를 유지시켜 준다.

허브는 살균, 방부효과가 있어 벌레가 잘 생기지 않지만 통풍이 잘 안 되는 곳에 있다면 벌레가 생길 수도 있다. 이때 향이 강한 오데 코롱 민트 즙을 내 화분에 뿌리면 벌레가 사라진다고. 허브의 향과 효능을 가장 효과적으로 간직하기 위해 허브를 수확하는 시간은 햇볕 좋은 날 오후 1, 2시가 가장 좋다.

◆ 이럴 땐 이런 허브

▷실버타임-고기 요리의 보존에 사용하면 육질에 달콤한 향이 돌게 된다. 쇠고기나 토마토, 버터 요리에 두루 쓰인다.

▷로즈마리-열을 가해도 향이 보존되기 때문에 육류 요리에 많이 사용된다. 올리브 오일에 줄기를 넣어두면 드레싱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장식용으로도 좋다.

▷애플민트-육류요리나 생선요리, 달걀요리 등의 향료로 주로 쓰이며 소화촉진에 효능이 있다.

▷페파민트-멘톨 성분이 향균과 통증완화에 효과적이다. 정신적 피로와 우울에 효과가 있다.

▷캐모마일-사과 같은 달콤하고 상쾌한 향을 지니고 있다.

▷레몬밤-육류나 생선요리에 활용하면 레몬의 상큼한 향이 난다. 여름에 샤벳이나 팥빙수 등에 활용하면 좋다.

▷파인애플 민트-파인애플 향이 나는 민트의 일종으로, 향은 기분을 맑게 하고 감기나 코막힘, 헛기침, 변비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프 로즈마리-고기나 생선의 냄새를 없애주는 데에 효과적이며 입욕제로 사용하기 좋다. 비누나 향수 등을 만들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허브.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정우용기자 v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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