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이크로 크레딧 추진…정홍규 경산성당 주임신부

창업대출을 원하는 모자가정에 종자돈을 무담보, 무보증으로 빌려주는 소액금융대출은행 설립에 나선 정홍규(53) 경산성당 주임신부는 "빵틀을 만들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지 빵을 사 먹으라고 돈을 빌려주는 건 아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정 신부는 "사회 양극화를 줄이고 약자들이 숨쉴 수 있는 곳이 있어야 사회통합도 이뤄지지 않겠느냐."며 "특히 모자가정을 주대상으로 삼은 것은 '어머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머니'의 자식을 위한 희생정신과 쉽사리 포기하지 않는 생활력이 있기에 약간의 창업자금과 아이디어만 지원된다면 살림살이가 팍팍하지 않을 거란 얘기다. 정 신부는 이와 더불어 "모자가정 학생들을 위한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도 병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 신부는 "돈 때문에 인간으로서의 자긍심을 잃고 자살, 폭력, 성매매 등 여러 사회문제가 발생한다."며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기댈 언덕이 되고자 설립되는 기구인 만큼 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자가정을 꾸려나가는 엄마들이 자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창업 컨설팅을 병행, 운영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2천만∼3천만 원의 창업자금을 빌려주겠다는 것.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면 돈을 떼인다는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정 신부는 "무담보, 무보증이지만 미래에 대한 자활의지만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직 사무실을 열지를 못했지만 이미 알음알음으로 문의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난하기만 하면 돈을 빌려주느냐', '복지사업을 하는 곳이냐', '전세금도 대출되느냐'는 등의 질문이 많지만 일반적인 현금지원 서비스는 아니라고 정 신부는 잘라 말했다.

현재 5천만 원 정도의 종자돈이 모였지만 아직은 부족한 상태. 정 신부는 지역의 기업들에 동참을 호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0억 원 정도면 대구·경북에 있는 모자가정에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정 신부는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4월 말 창립총회를 연 대구경북 마이크로크레딧(소액금융대출은행), 가칭 '작은 은행'은 6월부터 업무를 시작하려고 했지만 아직 대출상담에만 그치고 있는 상태. 정 신부는 "정관제정 등 설립과정에 내실을 기하기 위해 한두 달 정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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