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치카펠라

'치카펠라'라고 하니 마치 남미 음식 이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전혀 아니다. '치카펠라'는 바로 경북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의 '아카펠라'모임이다. 대학동아리도 참 많이도 변했다. 최근엔 이름만 있고 회원조차 없는 동아리도 많다고 한다.

이는 대학이 취업의 전초기지로 변하면서 생긴 현상들이다. 학업과 연장선상에 있지 않은 동아리들은 그 명맥 유지가 힘들어졌다는 이야기다. 원론적으로 대학이라는 곳은 과연 무엇인가? 단순히 기능인을 양성하는 학원 같은 곳인가? 이것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현상들이 젊은 청춘들을 삶의 노예로 변질시키고 있는 듯하여 참으로 안타깝다.

70, 80년대만 하더라도 대학은 청바지와 통기타, TIME지와 생맥주 등으로 읽히면서, 그야말로 청춘의 꽃으로 불렸다. 낭만과 고뇌가 함께 존재하는 곳! 돈키호테와 베르테르가 함께 살아 숨 쉬는 곳! 괴테와 칸트가 동시에 존재하는 곳이 바로 대학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당시의 동아리들은 참으로 다양하고, 활기가 넘쳤다. 사회봉사를 목적으로 하는 적십자반, 예술 활동의 연극반이나 사진반, 종교적인 기독교 동아리나 불교 동아리, 또한 같은 고향 출신 모임인 각종 향우회와 같은 학교 출신의 모임 등 그 종류와 숫자를 나열하기조차 힘들다.

매년 신입생이 입학하는 3월달이면 학교 입구에서부터 진을 치고, 갓 입학하는 병아리들에게 따뜻한 커피나 음료를 제공하면서 동아리 자랑에 열을 올리곤 했었다. 동아리의 활동은 학업에 대한 열정 못지않게 뜨거웠다.

흔히 인생의 선배들은 말한다. '대학에서의 공부는 죽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서 해야 하는 산 공부다.'

이런 점에서 오늘의 대학생들은 보기가 안쓰럽다. 그런데 '치카펠라'라는 모임이 이런 답답한 심정을 모처럼 해갈시켜 주었다. 치과대학이라는 특성상 잠잘 시간조차 부족할 친구들이, 음악을 사랑하고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사랑하자는 뜻으로 만든 동아리, 참으로 그 뜻만으로도 아름답다. 매년 공연까지 한다니, 이 얼마나 대단하고 신나는 일인가?

이 시점에서 인생의 선배로서 지금 대학을 다니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분명 주어진 자신의 위치를 알고 최선을 다해야한다. 그래서 학생은 그 본분인 학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결론은 '멋있게 살자'다. 사회봉사도 좀 하고, 문화도 즐기면서, 공부를 하자. 그게 진정한 대학인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공정욱(치과의사·극단 '마카'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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