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삼성과 두산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 1회초 양준혁의 큼지막한 타구가 외야로 날아갔다. 하지만 두산 베어스 중견수 이종욱에게 펜스 앞에서 잡혀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이어진 3회초 2사 1, 3루 기회. 우익수 옆을 지나는 2루타로 주자들을 모두 불러들였다. 개인 통산 1천999번째 안타.
6회초 잡아당긴 타구는 1루 라인 위로 총알같이 뻗어나갔으나 두산 1루수 안경현의 손에 잡혔다.
남은 타석은 한 번, 대기록 달성의 순간이 이튿날로 넘어가나 싶었다. 9회초 두산 구원투수 이승학의 초구에 양준혁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았다. 모든 이의 시선이 타구를 따라 움직였다.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깨끗한 안타.
잠실에 모인 관중들은 삼성·두산 팬에 관계없이 모두 일어나 양준혁에게 박수를 보냈고 선동열 삼성 감독은 물론 김경문 두산 감독도 직접 꽃다발을 건네며 대기록 달성을 축하해줬다.
양준혁이 개인 통산 2천 안타를 돌파한 것은 14년 2개월, 1천803경기만의 일이다. 통산 타율은 0.318. 일본에선 장훈을 비롯해 35명이 2천 안타를 넘어섰지만 대부분 경기 수나 타수가 양준혁보다 훨씬 많다는 점에서 양준혁의 기록은 더욱 빛난다. 그들의 타율도 대부분 2할대.
양준혁은 "기록을 달성하는 순간 선수협 시절, 슬럼프에 빠졌던 순간 등 옛 기억들이 영화 필름처럼 머릿속을 지나갔다."며 "우리 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팬들 뿐 아니라 정면 승부를 해준 두산 김경문 감독님과 이승학 선수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하루하루 운동장에서 죽는다는 각오로 뛴다. 우승을 목표로 시즌이 끝날 때까지 몸을 사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은 현대전이 열리는 15일을 '양준혁 2천 안타의 날'로 정해 일반석을 2천원에 판매하고 입장 관중 전원에게 기록달성 기념 휴대전화 액정 클리너를 제공한다. 이날 양준혁은 구단으로부터 격려금 2천만 원과 황금 배트(20냥)을 받게 된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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