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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고모산성서 신라 지하 목조건축물

▲ 문경 고모산성에서 발굴된 5세기 무렵 신사시대의 지하목조건축물
▲ 문경 고모산성에서 발굴된 5세기 무렵 신사시대의 지하목조건축물

문경 고모산성에서 5세기 중·후반 무렵 신라시대의 대형 지하 목조건축물이 발굴됐다.

신라 자비왕과 소지왕 때 고구려 방어나 한강유역 진출을 위한 거점으로 축조한 것으로 보이는 고모산성의 이 유적은 삼국시대의 그 어떤 지하 목조건축물보다 규모가 크고 보존상태 또한 매우 양호해 한국목조건축술연구의 획기적인 자료로 평가된다.

중원문화재연구원(원장 차용걸)은 10일 문경시 마성면 신현리 고모산(해발 231m)에 위치한 고대산성 서문지(西門址) 주변부를 중심으로 지난해 12월부터 발굴조사를 벌인 결과 성 내부 삼각형의 넓은 평탄대지에서 상·중·하 3층으로 이뤄진 지하식 목재구조물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이 목조건축물은 땅을 파고 내려간 다음 가공한 목재를 이용해 수평방향 목재(들보)와 수직방향 목주(기둥)를 상호 교차해서 얽어 만들었으며, 벽체는 횡판목을 맞물리는 방식으로 축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건축물은 평면 장방형으로 전체 규모가 12.3m(남북방향)×6.6∼6.9m에 이르며, 밑바닥 점토층에서 상층에 이르는 높이는 4.5m(하층 1.4m, 중층 1m, 상층 2.1m)로 측정됐다.

조사단장인 차용걸 충북대 교수는 "지금까지 삼국시대 지하 목조구조물은 공주 공산성, 대원 월평동 유적, 금산 백령산성, 대전 계족산성, 부여 궁남지와 관북리, 이천 설성산성 등지에서 확인된 적이 있으나, 이들은 모두가 충남지방을 중심으로 한 백제시대 유적"이라며 "고모산성 지하 목조건축물은 신라시대 유적으로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유적이 백제의 유사한 목조건축물보다 연대가 빠르며, 규모 또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규모인 점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고모산성 건축물은 지금 막 건축한 모습을 보는 것처럼 보존상태가 완벽하다는 점에서도 비상한 주목을 끌고 있다.

이곳에서는 고배(굽다리접시)를 비롯한 신라시대 토기 외에 원형 토제품과 구유를 닮은 배 모양 목기, 도르래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목기, 측량용으로 추정되는 목기 등이 출토됐다. 또 저수지 바닥에 '사벌녀상(沙伐女上)'으로 판독되는 명문이 기록된 청동완과 동물 형상의 청동장식품 등 다양한 유물이 나왔다.

고모산성은 2003년 문경시가 유교문화권 관광개발에 따른 문화유적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중원문화재연구원에 의뢰해 2005년 이후 연차 학술발굴조사와 복원사업을 벌이는 곳이다.

박진홍·조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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