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데릴사위

지난날 중국사회에서는 일반적인 '男娶女嫁(남취여가)'이와는 거꾸로인 혼인 태가 존속했었다. 이른바 '女娶男嫁(여취남가)'다. 결혼을 통해 여자의 집으로 들어가 사는 이런 남자를 '데릴사위'즉 '贅壻(췌서)'라고 불렀다. 그 기원에 대해서는 戰國시기의 기록에도 나타나 있고,宋代(송대)에는 이미 하나의 혼인풍속이 됐다. 元代(원대)에는 婚姻禮制(혼인예제)가 확립됐는데 "목하 데릴사위를 두는 가정이 심히 많으니 아마도 빈궁하여 아내를 얻지 못하는 자에게 데릴사위가 되게 한다. 古禮(고례)는 아니지만 또한 없애기도 어려우므로 이런 가정은 시속에 따라 행할 권리를 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元典章(원전장)이나 通制條格(통제조격) 같은 元代(원대) 법전 등에도 이같은 풍습을 찾아볼 수 있다. 주로 딸만 둔 가정에서 맞아들이는 데릴사위는 주로 가난한 집 출신으로서 크게 4가지 형태가 있었다. 즉 처가살이를 하는 養老女서(양로여서), 일정 기간 처가살이 하는 年限女서(연한여서), 처가 가까이 분가해 사는 出舍女서(출사여서),연한이 차거나 아내 사망 후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歸宗女서(귀종여서)였다.

데릴사위를 맞는 목적은 부모 봉양과 농사 등 노동력 확보, 대잇기와 제사가 보편적이었다. 데릴사위는 대개 '家貧子壯(가빈자장)'즉 가난한 집의 아들이 었으나 부유층에서 재산보전을 위해 데릴사위를 들이기도 했는데 이를'抱財女서(포재여서)'라 했다.

중국의 혼인풍습을 닮은 우리 사회에도 이런 풍습이 있었다. 고구려때부터 내려온 혼속으로서 사위가 일정기간 처가에서 사는 서留婦家(서류부가), 가난한 어린 남자를 여자집에서 성장시킨 후 혼인시키는 豫서(예서) 풍습 등이다. 특히 조선시대엔 데릴사위 혼속이 상당히 퍼져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어느 1천억대 재산가가 딸과 결혼할 데릴사위를 찾는다는 공개 구혼광고가 시중의 화젯거리다. 30대 후반의 나이 외엔 해외유학파에 본인 재산만도 20억원이 넘는 전문직 커리어 우먼이라는데 요구 조건이 거의 완벽한 남성에 가깝다. 그런데도 "밑져야 본전"이라며 희망자가 줄을 잇고 있다하니 과연 어떤 사람이 간택될지. 1 자녀가 흔한 시대다. 생경스런 공개 데릴사위 찾기가 장차 새로운 결혼트렌드의 前兆(전조)일지 흥미롭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