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라는 말은 어감이 좋다. 사람을 감싸 안는 듯한 안온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자연이란 말도 넉넉해서 좋다. '풀' 하고 발음할 때는 싸한 녹색의 입김이 나오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는 자연만큼 좋은 교육장소도 드물다. 숲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꽃, 나무, 새, 벌레, 흙이 쏟아내는 생명력이 아이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줄 것 같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가 매주 토요일 운영하고 있는 앞산 숲속학교는 지난 3년 동안 1천여 명의 학생, 학부모가 다녀갔다고 한다. 나뭇잎 모양도 비교해 보고 꽃 이름도 알아보고 오랜만에 아스팔트로 덮히지 않은 맨 땅에서 뛰어노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싱그럽다. 이런 직접 체험이 쉽지 않다면 책으로 먼저 숲과 자연을 만나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나비를 따라갔어요(김미혜 글/천둥거인 펴냄)'는 초등학생을 위한 자연체험 교과서다. 교과서라고 딱딱한 이름을 붙이기에는 뭣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책에 나온 내용을 따라해 보는 것도 무척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책을 펼쳐 함께 읽는 것만으로도 흡사 동네 뒷산에 올라간 기분이 들 정도로 재미있게 쓰여 있다.
공원으로 걸어가던 아이가 새까만 콩벌레를 만난다. 등을 툭 치면 더듬이랑 발을 재빨리 감추고 몸을 도르르 마는 벌레다.
'발 동동 콩벌레
나 집에 갈거야
굴러굴러 집에 갈거야
또르르 콩 또르르 콩
굴러 굴러 집에 갈거야
야, 까까까 까만 콩!
나랑 같이 가자'
콩벌레랑 실컷 논 아이는 이제 콩벌레와 닮은 것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까만 분꽃 씨앗도, 노린재 나무 씨앗도, 토끼 똥도, 환약도 콩벌레를 닮았다. 콩벌레 하나를 알았을 뿐인데 호기심은 더욱 더 확장돼간다.
'나비를 따라갔어요'는 자연과 노는 법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나뭇잎을 주웠다면 어떻게 놀까. 단풍잎을 머리에 꽂고 인디언 흉내를 낼 수도 있고 덥수룩한 풀밭에서 잔디깎기 흉내를 낼 수도 있다. 나뭇잎을 네 조각, 여섯 조각 내서 퍼즐놀이를 할 수도 있다. 나뭇잎 모양으로 맞추고 빛깔로 맞추고 잎맥으로 맞추고…나뭇잎 하나를 이렇게 찬찬히 들여다본 적이 있을까. 아이는 큰 숲이 이런 작은 나뭇잎 하나 하나와 벌레 한 마리 한 마리가 모여 이뤄졌음을 깨닫는다. 자연은 경이로움으로 가득찬 생명체다.
책 구성도 이채롭다. 실제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개구쟁이처럼 노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나무 열매, 잠자리, 벌레 사진들과 수채화로 그린 삽화가 페이지마다 조화를 이루고 있어 마음이 편안해진다. 책을 읽고 나면 아이 손을 잡고 가까운 동네 숲 속으로 달음질하고 싶어질 것 같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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